[비즈니스포스트] 삼성물산, 삼성E&A, 현대건설이 올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에서 꾸준히 대형 일감이 확보되고 있다.

다만 대규모 투자와 함께 새롭게 주요 수주 대상 지역으로 떠올랐던 미국은 ‘비자 리스크’로 한차례 홍역을 치르면서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현대 주도' 해외건설 수주 중동 일색, '비자 리스크'에 미국 신규 일감 안갯속

▲ 삼성물산이 올해 들어 8월까지 50억 달러가량의 해외수주를 기록하며 국내 주요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 일감을 확보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가 10년 만에 450억 달러(약 63조5220억 원)를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외건설협회가 발표한 해외건설 월간 수주통계를 보면 올해 1~8월 해외건설 수주는 372억4천만 달러(약 52조5300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수주금액인 371억1천만 달러(52조3400억 원)를 올해는 8개월 만에 돌파한 것이다.

국내 건설사의 대규모 해외수주가 최근 있었던 만큼 연간 기록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월14일 현대건설은 이라크에서 31억6천만 달러(약 4조3900억 원) 규모의 해수공급시설(WIP) 플랜트공사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의 수주만 더해도 올해 해외건설 누적수주는 400억 달러(약 56조4200억 원)를 웃돈다.

연말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10년 전인 2015년 연간 수주 461억 달러(약 65조240억 원)를 돌파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국내 기업들의 연간 해외 건설수주를 보면 2015년 호조를 보인 뒤 2016년에는 282억 달러(약 37조7800억 원)으로 급감했고 이후 지난해까지 한번도 연간 4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다.

올해는 글로벌 원전 발주 확대와 맞물려 해외 수주 규모 최상위권에서 주요 건설사가 예년보다 다소 밀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금액기준 연간 수주 상위 기업 4곳을 모두 건설사가 차지한 것과 비교해 올해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올해 해외에서 가장 많은 일감을 따낸 국내 기업은 한수원이다.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건설사업을 앞세워 올해 8월까지 누적수주 196억 달러(약 27조6500억 원)를 달성했다.

한수원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건설사업은 187억 달러(26조2100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올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 규모를 크게 확대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현재까지 올해 해외건설 수주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8월 30억6천만 달러(약 4조3200억 원)의 일감을 해외에서 따냈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는 삼성물산과 삼성E&A가 업계 자존심을 세웠고 현대건설도 최근 대규모 수주로 성과를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올해 1~8월 해외에서 모두 50억3천만 달러(7조1천억 원)어치 일감을 쌓았다. 한수원에 이어 2위다.

삼성물산은 지난 4월 아랍에미리트(UAE) 알 다프라 가스터빈 발전소 공사(4억8천만 달러·약 6700억 원) 등을 따냈고 지난 8월에는 카타르에서 10억5천만 달러(약 1조4600억 원)에 이르는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를 통해 수주 규모를 크게 높였다.

삼성E&A는 올해 1분기 국내 기업들의 수주 가운데 가장 컸던 16억9천만 달러(약 2조4800억 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타지즈 메탄올 프로젝트를 앞세워 1~8월 해외건설 신규수주 19억 달러(2조6700억 원)를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현대건설은 8월까지 10억 달러(약 1조4천억 원)의 신규수주로 8위에 그쳤다. 다만 최근에 따낸 31억 달러가 넘는 이라크 해수공급시설 공사 수주를 더하면 단숨에 순위를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삼성E&A, 현대건설의 대형 수주들에서 보이듯 올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에서는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올해 1~8월 지역별 수주를 보면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건설사업에 힘입어 유럽이 53.2%(198억 달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다음으로는 중동이 20.9%(77억7천만 달러)로 뒤를 잇고 있다.

8월만 보면 전체 수주 39억5천만 달러(약 5조5400억 원)의 절반이 넘는 21억5천만 달러(약 3조100억 원)의 계약이 중동에 집중되기도 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내년까지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수주 후보군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루와이스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현대건설·45억 달러)와 SAN-6 블루암모니아 프로젝트(삼성E&A·35억 달러), 이라크 알 포항 해군기지 프로젝트(DL이앤씨·12억8천만 달러), 아랍에미리트 애드녹 납사 프로젝트(GS건설·5억 달러) 등 중동 물량이 다수 포진돼 있다.

특히 중동에서는 석유·가스 다운스트림(전방 제품) 프로젝트가 지속되고 있어 발주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에서 석유 다운스트림 투자는 지난해 210억 달러(약 29조4200억 원)에 이어 올해 9월까지 70억 달러(9조8천억 원)가 집행됐다. 가스 다운스트림 분야에서는 지난해 257억 달러(36조100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고 올해는 93억 달러(13조3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또 다른 주요 수주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비자 리스크’ 탓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과 미국이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집단 구금 사태 이후 재발방지를 위한 일련의 비자 합의에 이르면서 국내 기업들의 우려는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다.
 
'삼성·현대 주도' 해외건설 수주 중동 일색, '비자 리스크'에 미국 신규 일감 안갯속

▲ 9월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자 워킹크룹' 첫 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외교부>


외교부에 따르면 9월30일(현지시각) 양국 정부는 한국 기업들의 비자 관련 소통창구인 전담데스크 설치, 해외 구매 장비 설치 등의 활동을 위한 B-1 비자 활용 가능,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가 B-1비자와 동일하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확인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비자 전반에 걸쳐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는 등의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계 안팎에서는 B-1 비자 활용이 일부 목적에 국한된 점, 한국인에 적용되는 전문 비자가 신설된 것은 아니라는 점 등에서 여전히 위험요인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에서 발주된 대형 프로젝트는 현대차그룹과 관련한 자동차·배터리 공장의 비중이 높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건설 및 현대엔지니어링뿐 아니라 삼성물산도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공장 공사와 연계돼 있고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역시 최근 미국에서 건설공사를 수행했다.

특히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반도체 공장, 현대차-SK온 배터리 합작공장,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올해 말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후속 투자가 이어지지 않으면 미국에서 건설업계 일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주요 건설사업 현장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문제는 향후 신규수주가 될 것”이라며 “해외건설 확대를 위해서는 전문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별도 비자를 신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바라봤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 비자와 관련해 사건이 발생하면서 다방면에서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전문비자가 신설되거나 기업들의 투자가 꾸준히 이어지면 안전망이 확보됐다는 뜻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