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로 내려갔다.

2004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10% 지지율을 보인 이후 세 번째 '위기'다. 보수 정당의 역사를 보면 '보수 재기'에는 정치 지도자, 정책 비전, 상대편의 실정 등 세 가지 요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창당' 이후 역대 최저 지지율을 보이면서 당 혁신을 위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과거와의 단절에 저항하고 당을 탄핵의 바다에 밀어넣고 있는 나경원, 윤상현, 장동혁, 송언석 의원은 스스로 거취를 밝히라"며 친윤(친윤석열)계 중진들을 직격했다. 

이런 인적 쇄신 요구에 당내 중진들은 일제히 반발하면서 당 혁신위가 표류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의 정당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역대 3번째 10%대 지지율, '보수 재기' 발판 이번은 무엇?

▲ 한국갤럽이 18일 발표한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 그래프. <한국갤럽>


한국갤럽이 18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9%로 더불어민주당(4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10%대에 재진입한 지난주 상태를 유지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비상계엄 사태 당시 추락한 뒤 6·3 조기 대선에서 반등했지만 대선 패배 이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보수정당 지지율 추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민의힘의 뿌리인 한나라당(1997~2012년)은 한국갤럽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2004년 3월17일 기준으로 15.8% 지지율을 보였다. 한나라당이 대선 당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차떼기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은 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같은해 3월12일 국회에서 통과된 여파였다. 같은 해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했고, 열린우리당은 국회 과반 정당 자리에 올랐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 대표로서 천막당사로 상징되는 쇄신 노력으로 보수정당을 '되살려 냈다'. 그런데 그는 나중에 보수정당을 나락을 떨어뜨린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새누리당(2012~2017년)은 갤럽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2016년 11월25일 발표 기준 12%를 기록했다. 당시 국민의당 지지율 16%에서 밀려 제3당으로 전락하는 수치였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터진 여파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이듬해인 2017년 3월10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최초의 대통령 탄핵이었으며 보수정당 역사에서 두 번째 불어닥친 빙하기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촉발한 '내란 정국'에서 국민의힘은 세 번째 빙하기를 통과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위기를 겪으면서도 보수 정당은 다시 일어섰다.
 
우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당시 당대표가 있었다. 

박근혜 대표는 '천막 당사'를 내세우며 당 쇄신의 바람을 일으켰다. 박 전 대표는 직접 당 현판을 떼어내기도 했다.

이후 그는 약 80일간 냉난방도 되지 않는 '천막 당사'에서 업무를 봤다. 조계사에서 108배를, 명동성당에서 고해성사를, 영락교회에서 회개 예배를 하며 참회 행보를 보였다. 
 
한나라당이 2004년 4월 총선에서 121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지만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박근혜 대표는 이로써 '선거의 여왕'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보수 정당은 이명박 후보의 대선 승리를 통해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적도 있다.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더해 이명박 대선 후보의 경제 공약에 힘입어 대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당시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최고의 유행어로 꼽힐 정도로 부동산 바람이 거셌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역대 최고 득표율(48.67%)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민의힘 역대 3번째 10%대 지지율, '보수 재기' 발판 이번은 무엇?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12년 12월28일 청와대에서 웃으며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다라당의 이러한 재기는 당시 '시대적 의제'였던 경제 위기를 타개할 비전을 제시한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노무현 정부 후반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4%대에 머물렀고 이는 1990년대 후반 고성장을 경험했던 국민에게 경기침체로 다가왔다.

이명박 후보는 일 잘하는 서울시장, 전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 친기업 후보자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보수의 성공 스토리에는 이처럼 당의 중심이 되는 정치 지도자, 시대의 흐름을 읽는 비전 제시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선거의 공식이라 할 '상대편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상대편이 못해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정부 이후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것도, 문재인 정부 이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것도 결국 전임 정부의 부동산 실정 등에 대한 실망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2007년 2월19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가장 잘못한 일' 1위로 부동산 정책이 26.9%를 차지했다. 2021년 11월26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으로 부동산 정책이 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로 종합부동산세 도입, 양도소득세 강화 등 고강도 규제를 시행했지만 시장에서는 '지금 사야 한다'는 불안 심리를 자극해 오히려 아파트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신뢰를 잃었고 불안정한 정책 흐름은 '패닉바잉'과 '영끌'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한국 보수정당의 '본진'인 국민의힘이 과연 지지율을 회복하고 수권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역대 3번째 10%대 지지율, '보수 재기' 발판 이번은 무엇?

▲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1차 혁신위원회 회의 결과를 기자들에게 알리는 브리핑을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새롭게 당 대표를 뽑겠지만, 국민의힘 안에는 중심을 잡아줄 정치 지도자가 부재하다. 

안철수·조경태·장동혁 의원은 이미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고 김문수 전 대선 후보, 한동훈 전 대표 등은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당을 이끌 지도자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당의 정책 기능도 현저히 떨어져 있다. 당내 논의는 정책이 아니라 정쟁에 치우쳐 있다. 당장 '탄핵의 강'을 빠져나오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상대 실책에 기대는 전략도 당장은 쉽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정부'를 내세우며 일 잘하는 정부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특히 6월5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전현직 정부 인사들과 함께 3시간 넘게 이어간 '김밥 한 줄 회의'는 이러한 이미지를 더했다.

1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64%에 달했다. 특히 긍정 평가의 이유로 '경제·민생 분야'가 17%로 가장 많이 꼽혔다. 

1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보수정당이 자주 문제 삼던 부동산 정책마저 '잘하고 있다'(35%)가 '잘못하고 있다'(25%)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내 다수는 내년 지방선거는 물건너갔고 2028년 총선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며 "다음 총선은 이재명 정부 집권 4년차에 치뤄진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진 상황이라 야당에게 유리한 국면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상대편 실수를 기다리는 전략인 셈이다.

2025년 7월18일 발표 여론 조사는 한국갤럽 자체조사로 15일부터 1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2025년 6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성·연령별 가중치(셀가중)가 부여됐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기사에 인용된 2016년 11월25일 발표 여론 조사는 한국갤럽 자체조사로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무선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기사에 인용된 2007년 2월19일 발표 여론 조사는 한국갤럽 자체조사로 2017년 2월19일 전국 만 1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