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미반도체가 내년 본격적으로 양산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용 본더 장비 판매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HBM4 제작에 한미반도체의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이 아니라 플럭스리스 방식의 본더 장비를 사용키로 하고, 다른 장비 공급사를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 차세대 HBM4 본더 판매 난항 전망, SK하이닉스·마이크론 다른 회사 장비 구매 고려

▲ 한미반도체의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제작에 한미반도체의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 장비가 아니라, 다른 제조사의 '플럭스리스 본딩' 방식의 장비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인천 서구 주안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미반도체 4공장 전경. <한미반도체>


30일 반도체 장비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마이크론이 한미반도체의 경쟁사인 네덜란드 BESI로부터 플럭스리스 본딩 장비를 구매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플럭스리스 본딩 장비를 BESI에서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마이크론에 5세대 HBM3E 장비를 독점적으로 공급했던 한미반도체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플럭스리스 본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HBM4부터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기술이다. HBM은 D램 칩을 위로 쌓아 만드는데, 기술 세대가 진화할수록 높이가 12단을 넘어가면서 칩 두께를 줄이는 게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플럭스리스 본딩은 D램의 정렬과 산화막 제거 역할을 했던 ‘플럭스’ 없이 D램 칩을 결합해, HBM 전체 두께를 줄이는 기술이다.  또 D램 연결 부위를 완전히 제거하는 ‘하이브리드 본딩’보다 기술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HBM 제조사들이 선호하고 있다.

게다가 플럭스리스 본더는 HBM 수율(완성품 비율) 향상에도 기여한다. 12단 이상 적층하는 HBM은 제조에 열압착 과정을 거치는데, 이 때 칩과 칩 사이에 위치한 플럭스 등이 문제를 일으켜 수율을 낮추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삼성전자 모두 HBM4에 플럭스리스 본딩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반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 역시 한미반도체 외에 한화세미텍, ASMPT 등을 플럭스리스 본더 공급사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K하이닉스가 협력을 늘리고 있는 한화세미텍은 올해 5월 플럭스리스 본더 개발을 위한 조직 개편까지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 하반기 한화세미텍의 첫 플럭스리스 본더가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네덜란드 BESI와 싱가포르 ASMPT 역시 플럭스리스 본더 제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 모두 최근 제품 라인업에 플럭스리스 본더를 추가했다.

한미반도체는 오히려 플럭스리스 본더 출시 일정을 뒤로 미뤘다.

당초 업계에서는 한미반도체가 올 하반기 플럭스리스 본더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회사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8년 8세대 HBM6를 위한 플럭스리스 본더를 개발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미반도체 차세대 HBM4 본더 판매 난항 전망, SK하이닉스·마이크론 다른 회사 장비 구매 고려

▲ 한화세미텍이 제작한 고대역폭메모리(HBM)용 TC 본더 장비. <한화세미텍>


이는 HBM 표준을 정하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HBM4 높이 기준을 완화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높이 기준이 완화되면서 한미반도체 기존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방식으로도 HBM4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HBM4에 플럭스리스 본딩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미반도체가 차세대 HBM 장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반도체는 중국과 대만을 제외하면 대부분 매출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을 통해 내고 있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한미반도체 올해 매출 비중은 SK하이닉스 40%, 해외 업체 60% 수준일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한미반도체 역시 플럭스리스 본더 개발에 서둘러 나섰고, 아직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최종 장비 공급사를 확정하지 않은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반도체 역시 차세대 HBM용 플럭스리스 장비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주요 고객사들이 장비 공급사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 경쟁력이 있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