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영현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장 부회장이 올해 하반기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기 위해 샘플 공급과 인증, 양산 등을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HBM4 공급 전까지 삼성전자는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범용 D램과 엔비디아의 중국용 인공지능(AI) 칩에 탑재하는 그래픽용 D램 등으로 메모리반도체 실적을 방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 HBM4 인증과 대량 공급 전까지 엔비디아의 중국용 인공지능(AI) 칩에 단독 공급하는 ‘GDDR7’을 비롯해 최근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는 DDR4와 DDR5 D램 등 범용 D램으로 메모리반도체 실적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7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이 회심의 ‘반전 카드’로 꼽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사업에 긍정적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금융증권사 모간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는 HBM4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높은 확률로 9월에 고객사(엔비디아)에 HBM4 샘플을 공급할 예정이며, 양산 준비가 완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2026년부터 매출 증대를 목표로 여러 미국 대형 고객사와 맞춤형 HBM4와 HBM4E 솔루션 개발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의 5세대 HBM3E 인증이 늦어지며 HMB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AMD가 최근 공개한 AI 칩 ‘MI350X’ 시리즈에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압도적 AI 반도체 점유율을 기록 중인 엔비디아의 인증 기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
반도체 분석 전문업체 세미아날라시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엔비디아와 AMD의 AI 반도체 점유율은 각각 87.7%와 3.8%다. 또 AI 칩용 HBM 수요의 약 70%는 엔비디아가 차지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경쟁사보다 앞선 1c D램 공정 기술력으로 HBM4에서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HBM4 제작에 1c 공정보다 한 단계 낮은 ‘1b D램’ 공정을 활용한다.
첨단 D램 공정은 1x(1세대), 1y(2세대), 1z(3세대), 1a(4세대), 1b(5세대), 1c(6세대) 순으로 개발됐는데, 세대를 거듭할수록 선폭이 미세해져 성능과 전력 소비 효율이 높아진다.
삼성전자의 1c D램 공정은 최근 수율(완성품 비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증권사 JP모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첨단 1c 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HBM4의 엔지니어링 샘플 수율은 60%를 넘어섰다.
전 부회장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로 예상되는 HBM4 양산에도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제4캠퍼스(P4) 반도체 생산시설에서 1c D램 양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월 4만5천 장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월 3만5천 장을 생산할 수 있었던 화성 반도체 공장보다 1만 장을 더 생산할 수 있다.
평택 P4 생산시설은 4개의 레벨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두 번째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 나머지는 D램 라인이 배치된다. 다만 파운드리 시장 상황에 따라 두 번째 레벨 역시 D램 라인으로 전환 배치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 삼성전자의 경기도 평택 반도체 사업장 전경. <삼성전자>
HBM4 인증과 대량 공급이 이뤄지기 전까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당분간 범용 DDR4와 DDR5 D램, 그래픽용 GDDR7 D램, 낸드 등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모간스탠리는 올해 2분기 삼성전자 전체 D램 매출의 약 20%를 DDR4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DDR4의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주요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내년까지 DDR4 D램의 순차적 생산 중단을 선언하자 최근 가격이 폭등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서버용 DDR4 고정거래 가격이 직전 분기보다 18∼23%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PC용 DDR4 가격 역시 13∼1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제품 가격은 DDR5 가격도 넘어섰다.
DDR5의 경우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대만 냔야테크놀로지가 생산량을 늘리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다만 5월 판매 가격이 5% 반등하는 등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DDR4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3분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차세대 중국용 AI 칩 ‘B40’용 메모리인 GDDR7 D램을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강화된 대중 규제로 HBM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엔비디아는 GDDR7 탑재를 결정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중국용 GDDR7을 공급하면서 올해에만 10억 달러(약 1조36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게다가 GDDR7 가격은 3분기 B40의 출시와 함께 최대 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모간스탠리 측은 “엔비디아 B40에 사용되는 GDDR7 매출 기여로 인해 2025년 하반기 삼성전자 D램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삼성전자는 현재 이 제품의 유일한 공급업체”라고 밝혔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