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의 일환으로 삼성중공업을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이 주력으로 키우고 있는 반도체, 바이오, 냉난방공조(HBAC) 등과 사업 방향성이 다른 데다, 매각하더라도 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중공업 지분은 20.9%로, 통상적 경영권 프리미엄 20%까지 얹으면 몸값은 최대 4조 원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5월에만 2건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발표한 삼성전자가 포트폴리오 개편 일환으로 삼성중공업 지분 15.2%를 매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양형모·강태호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 지분 15.2%를 보유 중인데 매각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사이클 회복기와 피크기 중간 단계 매각이 현실적이며, 지금보다 시가총액이 더 오르면 매수자 입장에서도 부담으로 (지금) 시기가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중공업 지분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맞교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생명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는 만큼,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삼성중공업 지분과 교환하는 스왑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지분 맞교환이 이뤄진다면, 삼성중공업 지분의 시가 평가액이 삼성생명 총자산 대비 3%를 초과할 위험이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총자산 3% 이상의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중공업 지분 15.2%의 가치는 29일 종가 기준 약 2조1500억 원이다. 삼성생명, 삼성전기 등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까지 합치면 20.9%로 약 3조 원에 달한다.
증권가는 여기에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적용하면 최대 4조 원까지 몸값이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2022년 한화가 대우조선해양(현재 한화오션)을 인수할 때는 산업은행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는데, 이는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심각한 실적 부진, 재무구조 악화와 산업은행의 매각 방식(신규 자본 유치)에 따른 결과였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연속 적자를 냈으나, 2024년 502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7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등 과거 한화오션과는 상황이 다르다.

▲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로봇, 공조, 메디테크(의료+기술)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미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이달 14일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 업체 ‘플랙트그룹’를 15억 유로(약 2조37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으며, 6일에는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이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3억5천만 달러(약 5천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24년 12월에는 2674억 원을 투자해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주주에 올랐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오랫만에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이다.
반면 조선 사업은 그룹 내 전략적 중요도가 낮아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과거에도 사업재편 대상으로 거론된 적이 있다.
삼성그룹이 2014년~2015년 삼성종합화학을 한화그룹에, 삼성정밀화학 등 화학계열 3사를 롯데그룹에 매각하면서 삼성중공업도 매각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이 낮은 데다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과 시너지가 크지 않고, 삼성중공업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그룹 지배구조 핵심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조선 업황이 어려워 인수자를 구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조선 호황을 타고 삼성중공업을 노리는 인수 후보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이 경쟁사들과 달리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등 해양플랜트에 강점을 갖추고 있는 것도 부각된다.
정동익·서준모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건조 가격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해양플랜트 매출 증가, 원자재 가격 안정 등의 요인이 가세하면서 매분기 수익성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LNG 시장에 관심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FLNG는 삼성중공업이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