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국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꼬리표를 떼고 ‘보험 전문가’로 신한생명에 안착할 수 있을까?

정 사장이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외부인사 영입 전략의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정문국, '구조조정 전문가' 떼고 신한생명에 안착할까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 사장 겸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3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생명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 사장의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 내정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신한생명 노조는 정 사장을 ’구조조정 전문가‘로 규정짓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에 대비할 ’보험업 전문가‘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신한금융지주에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 사장이 그동안 거친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은 대부분 사모펀드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곳들로 매각을 위한 작업이 필요한 곳이거나 당시 영업실적이 고꾸라진 곳들이라는 점에서 신한생명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 신한금융지주의 설명이다.

신한생명은 꾸준히 순이익 증가세를 보이며 순조롭게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한 곳인 데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로서 안정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정 사장이 과거와 같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오렌지라이프는 자산 규모 기준으로 생명보험사 5위, 자본건전성 기준으로는 생명보험사 1위인 곳으로 꼽히는 만큼 2014년부터 오렌지라이프를 이끌어온 정 사장이 보험업에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정 사장은 외국인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직접 실시하면서 2017년 5월 오렌지라이프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은 자산 규모가 비슷하지만 순이익 규모는 오렌지라이프가 2~3배 가까이 크다”라며 “정 사장이 보험업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2017년에 오렌지라이프는 순이익 3400억 원, 신한생명은 순이익 1255억 원을 거뒀다. 2018년 3분기 누적 순이익 규모를 살펴봐도 오렌지라이프(2651억 원)가 신한생명(1292억 원)의 2배를 웃돌았다.

신한생명 노조가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외국계 생명보험사와 국내 보험사의 조직문화 차이 및 영업방식 차이에서 오는 불안감이라는 말도 나온다.

사업적으로도 오렌지라이프가 서울과 강남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부유층을 대상으로 영업력을 집중해 왔다면 신한생명은 지방을 중심으로 운영해 왔다. 보험설계사 조직의 연령층도 오렌지라이프는 비교적 젊은 보험설계사가 주축이고 신한생명은 40~50대 보험설계사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통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정 사장이 신한생명을 이끌게 되면 신한생명이 그동안 꾸려온 방식에서 벗어나 오렌지라이프의 조직체계 및 영업방식이 두 회사 통합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조 회장이 이번 계열사 사장 인사에서 외부인사를 영입해서 조직 변화를 꾀해 신한생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꺼냈지만 조직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조 회장은 “조직체계부터 시스템, 프로세스, 상품, 서비스 등 익숙했던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의 길로 가야한다”며 “조직에 변화를 주기 위해 지난해 말 세대교체를 위한 그룹 경영진 인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사장이 그동안 업계에서도 주로 ‘구조조정 전문가’로 평가됐던 데다 계열사 사장 인사를 예정보다 2개월가량 앞당겨 실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한생명 노조의 반발도 이유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 사장은 현재 오렌지라이프 사장으로 일하고 있어 이런 상황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신한생명 노조와 접촉하기는 어려운 만큼 신한생명 노조를 달래는 역할은 조 회장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신한생명 사장으로 내정되긴 했지만 아직 신한생명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데다 금융당국의 오렌지라이프 인수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이렇다 할 공식적 발언도 내놓은 것이 없다.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직접 신한생명 노조를 방문해 구조조정 방지책 등을 대화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2017년부터 외부 인사를 영입하며 혁신을 꾀하고 있다”며 “좋은 성과를 낸 인재를 영입하고 경쟁을 펼쳐 개방적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그룹 차원의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