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3E 12단 엔비디아 공급량 제한적?, 중국용 '블랙웰' 가능성에 기대

▲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늦게 엔비디아에 5세대 HBM3E 12단 인증을 받으며 공급량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중국용 '블랙웰' AI 칩 출시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삼성전자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올해 4분기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더라도 최신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에 들어가는 물량의 10% 이하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 수출 가능성이 커진 ‘성능을 낮춘 블랙웰’에 HBM3E이 탑재된다면 삼성전자의 HBM3E 8단/12단 공급량은 기대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17일 반도체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엔비디아는 2022년 출시한 ‘호퍼’ 기반 인공지능(AI) 반도체 ‘H20’의 대중국 수출 재개 라이센스를 최근 확보한 데 이어 블랙웰 시리즈도 중국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성능을 낮춘 블랙웰 프로세서의 계약 체결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 블랙웰 제품보다 30~50%까지 성능을 낮춘다면 중국 수출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보다 늦은 HBM3E 12단 엔비디아 인증으로 그동안 삼성전자의 HBM은 주로 중국용 AI 칩에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 엔비디아의 HBM3E 12단 인증과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HBM3E 8단은 올해 2분기 인증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SK하이닉스와 비교해 1년 가까이 늦은 것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HBM3E 12단을 엔비디아 공급하더라도 점유율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삼성전자의 블랙웰 대상 HBM3E 공급 점유율은 한 자릿수 대일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70% 이상을, 마이크론이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HBM3E 12단 엔비디아 공급량 제한적?, 중국용 '블랙웰' 가능성에 기대

▲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의 2026년 엔비디아 '블랙웰'향 HBM3E 공급 점유율 그래프. <키움증권>

 
하지만 중국용 블랙웰 출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전 중국 수출용 AI칩 H20이 HBM3와 HBM3E 8단을 탑재했던 것과 달리, 차세대 중국용 블랙웰은 HBM3E 8단과 12단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HBM3E이 추가적으로 필요해지면 이미 대부분의 물량을 계약한 SK하이닉스와 생산능력이 제한적인 마이크론보다는 삼성전자에게 배정될 물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H20에 4세대 HBM3를 단독 공급하며 상당한 매출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를 메모리반도체 실적 감소의 원인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중국용 블랙웰은 상당한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미국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엔비디아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30~50% 낮추더라도 현재 중국 기업들이 확보할 수 있는 GPU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며 “어떠한 중국산 AI 반도체도 이러한 성능을 따라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내년 HBM3E 12단에서 HBM4로 생산능력을 집중하려 할 것”이라며 “중국 수출을 위한 블랙웰이 어떤 HBM을 탑재할지 모르지만, HBM3를 공급한 H20처럼 삼성전자가 맡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수출 허가에도 정작 중국이 블랙웰 수입을 막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영국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관영매체 CCTV의 제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중국은 ‘백도어’가 있는 (엔비디아) 칩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엔비디아가 AI 칩 소프트웨어에 권한자 몰래 정보를 빼돌릴 수 있는 ‘백도어’를 설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보안 등의 문제를 이유로 대표적 중국 AI 기업 ‘딥시크’에 엔비디아의 칩 대신 화웨이의 칩을 사용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화웨이의 AI 반도체는 여전히 성능에서 엔비디아에 뒤처진다. 딥시크는 화웨이 칩을 사용해 새로운 AI 모델을 개발하고자 했지만, AI 학습에 실패하면서 출시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소식통은 “딥시크는 엔비디아 시스템 대신 화웨이의 ‘어센드’ 프로세서를 채택하도록 당국의 권고를 받았다고 한다”며 “하지만 어센드 칩을 사용하는 훈련 과정에서 지속적 기술 문제에 부딪혔고, 훈련에는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