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백브리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기업가치가 11조? 시장은 절래절래

▲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놓고 시장은 말들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홍길동이 서울 강남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매수하려고 한다. 

부동산 중개인은 아파트 시세가 20억 원이며, 은행 부채(대출금) 5억 원이 들어있다고 말한다. 

홍길동이 은행 대출을 떠안고, 즉 부채를 포함해서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한다면 15억 원만 집주인에게 주면 된다.
 
기업간 인수합병(M&A)에 이 사례를 그대로 적용해보자.

홍길동이 A사 지분 100%를 인수하려고 한다. A사 기업가치 평가액은 20억 원이다.

이 때 기업가치를 ‘EV(Enterprize value)’라고 한다. 다른 말로 A사의 사업가치, 영업가치라고 말할 수도 있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M&A에서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방법은 A사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 창출력에 대한 배수를 적용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A사가 1년에 2억 원의 영업현금흐름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그 10배를 기업가치로 인정하기로 합의한다면 EV는 20억 원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A사에는 은행 부채 5억 원이 있다. 홍길동이 지분 100% 인수에 지불해야 하는 돈, 즉 거래대금은 얼마가 될까.

A사 EV 20억원에서 부채 5억원을 뺀 15억원이 될 것이다.  

홍길동이 지급하는 아파트 거래대금이 아파트 시세(EV)에서 은행 부채 5억 원을 차감한 15억 원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 이야기를 해 보자.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엔터(지분율 66%) 매각을 검토중이라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시장 공시를 통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엔터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주주들(재무적투자자 사모펀드)과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었다.

매각설을 부인하지는 않고 ‘다양한 방안’이라는 표현으로 비켜간 셈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여전히 매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매체에서는 기업가치 11조 원을 언급하고 있다.

11조 원은 지난 2023년초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의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원을 투자받을  때 평가받은 기업가치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재 카카오엔터가 보여주는 실적과 엔터업종 내 경쟁력, 엔터산업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11조 원은 과대평가된 숫자라고 말한다.
 
2010년 설립된 카카오엔터는 초기에는 웹툰, 웹소설 등 디지털컨텐츠 사업에 주력했다.

외부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면서 연예기획사, 영화제작사, 광고제작사 등을 사들이며 외형확장에 나섰다.

플랫폼과 엔터 사업을 접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 글로벌컨텐츠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잠재 성장성을 인정받아 2023년초에는 사우디 등으로부터 1조 원이 넘는 돈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카카오엔터에 대한 증권사의 평가는 어떨까.

비상장사인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만을 직접 분석한 리포트는 없다.

카카오의 목표주가 산출을 위해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합산하는 과정에서 카카오엔터 평가액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일부 증권사는 2023년초 투자유치시의 평가액 11조 원을 그대로 사용했다.

자체적으로 평가를 실시한 증권사들의 평가액은 3조4000억 원~10조2000억 원대에 걸쳐있다. 편차가 상당히 큰 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실적이 훨씬 좋은 하이브의 시가총액이 9조6000억 원인데 카카오엔터의 11조 원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이브의 2024년 매출은 2조2557억원, 영업이익은 1840억원이다.

이에 비해 카카오엔터는 매출 1조8127억 원, 영업이익 805억 원에 그쳤다.

엔터분야 경쟁력은 일반적으로 아티스트 관련 IP의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카카오엔터의 경우 SM엔터테인먼트 인수로 IP를 보강했지만 BTS를 보유한 하이브에 비해서는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7월 IM증권은 ‘카카오 주요 자회사 매각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다룬 적이 있다.

카카오엔터 기업가치(EV)를 지난 2023년초 외부투자 유치시 평가받은 11조3000억 원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는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창출하는 현금흐름 대비 73배를 기업가치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리포트는 밝혔다. 

영업현금흐름의 기준은 EBITDA 지표를 사용했다.

EBITDA는 손익계산서상 영업이익에 각종 상각비(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를 더한 값으로, 회계상의 이익을 현금기준으로 보정한 값이라고 할 수 있다. 

리포트는 2024년 카카오엔터의 EBITDA 추정치를 1547억 원을 봤다.

EV(11조3000억원)/EBITDA(1547억원) 배수가 73이라는 것인데, 이는 글로벌 경쟁업체의 10~20과 비교할 때 매우 고평가된 값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2024년 확정실적을 기준으로 카카오엔터의 적정 기업가치를 EV/EBITDA 배수법으로 직접 구해보자.

어림잡아 평가한 숫자이긴 하지만 대략적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카카오엔터와 유사한 기업 5곳(하이브, YG엔터, JYP엔터, YG플러스, 네이버)의 2024년 실적 기준 EV/EBITDA 배수는 대략 33배 정도로 산출되었다. 

카카오엔터의 2024년 EBITDA는 1800억 원 정도다. 여기에 33배를 적용하면 EV는 5조9400억 원이 된다. 

기업가치 5조9400억 원인 카카오엔터 지분 100%를 인수하려면 얼마를 지급하면 될까. 

홍길동이 아파트 매수할 때 시세가 20억 원이라도 은행부채 5억 원이 들어있으면 15억 원이 거래대금이 됐다.

마찬가지로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차입부채를 차감해야 하는데, 보유현금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차입부채가 100억 원이고 보유현금이 30억 원이라면 순차입부채인 70억 원을 EV에서 차감해줘야 한다.
 
5조9400억 원에서 카카오엔터 순차입부채 7300억 원을 빼면 5조2100억 원, 여기에 카카오 보유지분율 66%를 곱하면 약 3조4400억원이 된다.

이론적으로 카카오가 카카오엔터 매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 이 정도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쌍방간 합의에 따라 일정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추가로 적용할 수도 있다. 예컨대 50%의 프리미엄을 가산하면 5조1600억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일각에서 회자되고 있는 카카오엔터 기업가치 11조설은 이처럼 현실과는 거리가 좀 먼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카카오엔터는 임직원들에게 “재무적 투자자(사모펀드) 교체 및 지분변동 논의가 매각설로 와전됐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매각 방침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매각 가능성이 계속 도는 것은 카카오의 사업중심축이 엔터에서 AI 중심으로 전환했다는 분석때문이다. 

AI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수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고, 그러자면 카카오엔터 같은 자회사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실제 매각으로까지 이어지기에는 현재 카카오엔터 기업가치가 너무 낮다는 지적도 많아 적어도 단기간에 실제 매각을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