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성공했나' 경계론 고개 들어, 미국 경제 영향과 투자 현실화 물음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정책 성과를 앞세우고 있지만 아직 승리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외신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각국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 실현 여부와 미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협상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와 수출 계약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로 자국 내 투자를 주도하고 집행할 역량과 물가 상승으로 내수 경제에 미칠 타격을 고려하면 트럼프 정부가 성공을 자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가 이번 관세 협정으로 큰 이득을 보겠지만 그만큼 만만찮은 후폭풍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국가와 진행하던 무역 논의를 대부분 마무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상호관세를 시행했다.

앞으로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는 10% 이상의 관세가 적용된다. 이는 국가별로 다르게 책정됐으며 한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율은 협정을 통해 15%로 책정됐다.

트럼프 정부는 당초 대부분의 국가에 현재보다 높은 세율을 예고했다. 그러나 수 개월에 걸친 무역 협상 과정에서 다양한 조건이 제시되면서 관세가 크게 완화됐다.

전 세계 각국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산 수입품에 장벽을 낮추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정치적 성과로 적극 앞세워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무역 전쟁은 언뜻 보면 미국의 승리로 볼 수 있다”며 “주요 교역 국가를 굴복시키고 거의 모든 수입품에 두자릿수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로이터는 미국에 투자를 약속한 국가 및 기업들이 이러한 약속을 실제로 이행할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럽연합의 6천억 달러, 일본의 5500억 달러 등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도록 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고 투자 방식도 아직 구체화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이 민간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활성화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방법도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는 정부가 주도하기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약속했지만 이를 실현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가 전 세계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미국과 세계 각국의 무역 합의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승리를 자축하기는 이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트럼프 관세전쟁 '성공했나' 경계론 고개 들어, 미국 경제 영향과 투자 현실화 물음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1월6일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당선 축하 깃발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씽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는 로이터에 “트럼프 정부의 무역전쟁 승리는 빈 껍데기에 그칠 수 있다”며 “자국에 미칠 피해를 고려하면 이는 오히려 패배에 불과한 결과”라고 전했다.

다른 씽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도 “미국이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하며 보복을 피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하며 “하지만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이를 승리라고 정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바라봤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결국 모두가 패배하는 시나리오로 흐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가 이미 역풍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자료에서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확인됐고 7월 고용시장 지표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관세 정책에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 결정을, 소비자는 구매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정치적 승리 이외에는 거둘 성과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 무역 정책에 진정한 승자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될 수 있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트럼프 정부에서 관세 장벽에 둘러싸여 고립된 ‘보호무역 섬’으로 남을 수 있다”며 “이는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지는 중국산 제품에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과 캐나다를 비롯한 주요 교역 상대국이 더 이상 미국을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인식하지 못해 경제 및 정치적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BBC는 이런 추세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 인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반면 오히려 반대 효과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이 관세 영향으로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점차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소비 위축이 더 뚜렷해져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더 늦추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시됐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글로벌 무역 시장의 중심이라는 지위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관세 정책의 결과가 자국에 유리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며 “결국 트럼프 지지층도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 둔화라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