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무역협상에 CATL 미국 설비 투자 열리나, 트럼프 선택에 K-배터리 '전전긍긍'

▲ CATL이 미중 무역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에 배터리 관련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CATL이 미국 중국 무역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 안에 배터리 설비 투자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ATL은 포드를 비롯한 미국 고객사를 다수 확보한 데다 최근 홍콩증시 상장으로 대규모 투자 여력까지 갖춰 미국에 진출하면 한국 배터리 기업에 고전이 예상된다. 

25일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겨냥했던 최고 145% 수준의 상호관세를 유예하고 무역 협상을 본격화하며 여러 안건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중국 CATL의 미국 투자 방안도 양국이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글로벌 자산관리 회사 크레인셰어즈의 브랜든 에이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6일 CNBC를 통해 “CATL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CATL은 중국 내수를 벗어나 공격적으로 해외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일 홍콩거래소 상장으로 46억 달러(약 6조4천억 원)를 조달해 시설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확충했다. 

CALT은 미중 '무역전쟁'이 일시적으로 ‘해빙 모드’를 맞이한 틈을 타 미국으로 배터리 수출을 늘리려 준비하고 있는데 현지 투자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돌아온 셈이다.

쩡위췬 CATL 회장은 20일 공개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중이 관세를 유예한 90일 동안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대미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했던 친환경 정책 폐지를 추진해 에너지 업계에 부담을 키웠다. 이에 전기요금 상승을 막기 위해 대안이 필요한 상황에 처해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이 1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소매 전기료는 2022년과 비교해 13% 오를 예정이며 내년까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 들어 도입한 품목별 관세 영향으로 미국 내 전기차 가격도 전반적 상승이 불가피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당시 “미국 시민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를 제공하겠다”라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이를 지키기 위해 CATL의 미국 현지 투자를 열어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 

CATL 배터리는 낮은 원가를 장점으로 앞세우고 있어 전기차와 ESS에 활용되면 미국 소비자 부담을 낮추고 전기요금 상승도 억제하는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4일자 보고서를 통해 “CATL이 내놓은 스페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 합작투자 계획은 유럽 자동차 업계의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CATL이 이미 미국 배터리 시장에 다수 고객사를 발판으로 침투해 있다는 점은 투자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 기업이 CATL이 제조한 LFP 배터리를 채용했고 포드는 CATL의 기술 라이선스를 활용해 미국 미시간주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미국 중국 무역협상에 CATL 미국 설비 투자 열리나, 트럼프 선택에 K-배터리 '전전긍긍'

▲ 쩡위췬 CATL 회장이 20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상장 첫 거래를 알리는 행사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CATL이 미국으로 배터리를 수출할 길을 연 데 이어 미국 현지에 배터리 제조 공장까지 지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후보 시절이던 2024년 8월19일 로이터를 통해 “중국 업체가 여기에 공장을 지으면 미국 노동자를 고용할 것”이라며 중국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CATL은 중국과 유럽, 동남아 등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지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한다. 공격적 해외 확장 전략에 따라 미국 시장까지 본격 진출한다면 대박을 터뜨리는 셈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했던 집권 초기와 달리 최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논의에 다소 위축된 태도를 보이는 점도 양국이 ‘윈-윈’을 추구하려 한다는 견해에 힘을 싣는다. 

조사업체 로모션의 이올라 휴즈 연구 책임은 “미국 ESS 배터리 시장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며 “중국 업체 또한 관세 유예로 비중국 공급망 구축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CATL의 미국 투자 가능성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업체에 큰 부담 요인이다. 

이른바 ‘K-배터리’에 텃밭으로 꼽히던 유럽은 이미 CATL의 잇따른 대규모 배터리 공장 투자와 현지 고객사 수요 확보까지 이어지면서 중국의 승리로 기울어가는 분위기이다.

이에 한국 배터리 업체는 미국 배터리 시장을 ‘마지막 보루’로 놓고 상당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트럼프 정부의 이번 선택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현지 전기차 업체가 중저가형 차량 출시를 늘리고 미국 보조금 폐지도 현실화하면 결국 원가가 낮은 CATL 배터리의 시장 수요가 자연히 높아질 공산이 크다. 

요컨대 트럼프 대통령이 CATL 투자를 중국과 협상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한국 배터리 3사의 미국 시장 운명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치인은 유럽보다 중국을 덜 환영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CATL의 현지 투자가 정치권 반대로 구상에만 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무엇보다 배터리 산업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보는 시선이 워싱턴DC에 퍼져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