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 측이 조선산업 협력 의지를 재확인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한국산 선박 구매와 한국 조선소의 미국 건설 허용 의사를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산 선박 구매를 늘리고,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에 진출해 선박을 직접 건조토록 하는 ‘투트랙’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사들의 마스가 프로젝트 수혜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지만, 양국 조선 협력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미국의 ‘존스법’, ‘반스-톨레프슨법’ 등 선박·조선업 관련 법률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에서 선박을 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이 여기(미국)에서 우리 노동자를 이용해 선박을 만들게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선박 구매와 한국 조선소의 미국 진출 허용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한미 1500억 달러 투자 프로젝트 '마스가' 성공에 불을 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선 미국 상선과 군함은 자국 내 기업에서만 건설해야 한다는 존스법, 반스-톨레프슨법 폐기 등 법률 수정 또는 새로운 법률안 통과가 선행돼야 한다. 두 법안이 존재하는 한, 미국 내 한국 선박 건조는 불가능하다.
일각에선 미 의회 상원과 하원에서 민주당 등의 반대로 이 법안들 폐기 또는 수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의회 현재까지 미 의회에 발의된 조선업 지원 법안은 3개로, 이 법안들이 통과돼야 마스가 프로젝트가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상선 분야 협력과 관련해 연안무역법 이른바 ‘존스법(Jones Act)’을 수정하는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법(Merchant Marine Allies Partnership Act)’의 통과여부가 주목된다.
존스법은 1920년 제정된 법으로 미국 연안항구를 오가는 화물선은 오직 미국에서 건조된, 미국 국적 선박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달 초 발의된 상선 동맹 파트너십법안은 한국·일본에서 건조된 선박이 제한적으로 미국 연안무역에 투입될 수 있도록 존스법 예외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동맹국 기업이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외국 건조·외국 승무원 선박으로도 미국 연안운항을 허용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앞서 한화필리조선소의 LNG운반선 수주와 관련해, 건조작업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이뤄지고, 필리조선소는 미국 국적 선박 등록에 필수인 미국 해양경비대의 기준 인증을 수행하는 복잡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존스법 때문이었다.
특수선 분야의 협력 확대에는 ‘반스-톨레프슨법’ 수정이 필수다. 미국 의회에는 이를 수정하기 위한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Ensuring Naval Readiness Act)’이 지난 2월 발의된 상태다.
반스-톨레프슨법은 미국 해군 전투함을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하고, 전투함의 유지·보수·정비 역시 미국에서만 진행하도록 한 법이다.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나 미국과 상호 방위 협정을 맺은 인도-태평양 국가의 조선소에서, 미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건조할 수 있다면 미국 해군 군함 건조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 측은 “미국의 입법은 상·하원 모두 통과해야 하며, 과정에서 전문가 토론,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절차를 거친다”며 “미국 조선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반대 움직임을 고려하면 입법 절차가 쉽게 진행될거라 낙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원하는 현지 조선산업 투자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세제 혜택을 주는 ‘미국을 위한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 통과 여부가 관심사다. 해당 법은 2024년 발의됐다 회기 종료로 폐기됐지만, 지난 5월 다시 발의됐다.
주요 내용은 △전략상선단 규모 250척으로 확대 △미국 내 조선소 투자 및 신조선 투자 세액공제 △미국 국적 선박 의무사용 비율 확대 등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이 법안은 의회 승인 전 단계이지만, 중국 조선·해운산업에 대한 견제와 미국 조선·해운업 재건이라는 초당적 법안이기 때문에 추후 승인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전망했다.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3사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해 미국 조선업 투자와 협력사업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미국 의회에는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법(Merchant Marine Allies Partnership Act)’,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Ensuring Naval Readiness Act)’, ‘미국을 위한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 등 자국내 외국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를 활성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의회 의사당. <연합뉴스>
삼성중공업은 미국 내 유지·정비·보수(MRO) 전문 기업 비거마린그룹과 손을 잡고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비거마린그룹은 오리건·워싱턴·캘리포니아·버지니아 등 미국 4개주에 해군 인증 도크를 운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MRO 사업 성과를 살펴보고 협력관계를 상선·특수선 공동 건조 등으로 확대할 방침을 세웠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해양방산 조선소 ‘헌팅턴잉걸스’와 방산 부문에서,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와는 상선 건조에서 협력키로 했는데, 25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모펀드 ‘서버루스캐피털’과 손잡고 미국 내 조선산업 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양측은 수십억 달러를 △미국 조선소 인수·현대화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기자재 업체 투자 △자율운항·AI 등 첨단조선기술 개발 등에 투자한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인수한 필리조선소의 건조 능력 확충과 미군 MRO 사업 참여 자격획득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설비 확대에 7000만 달러(973억 원)를 추가 투자키로 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의 건조능력을 기존 연간 1~1.5척에서 2035년까지 10척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화그룹은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군함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를 보유한 호주 조선 기업 ‘오스탈’의 인수를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