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08-12 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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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뒷걸음쳤다. 다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핵심 점포 재단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5년 동안 백화점 업계 1위 롯데백화점과의 매출과 점유율 격차를 크게 줄였다. 하반기에는 신세계의 숙원사업인 본점 타운화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의 전략적 투자가 신세계백화점이 업계 선두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가 신세계백화점의 대규모 신규 점포 출점 프로젝트의 본격 가동에 앞서 기존점 개선에 대대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사진은 박주형 대표.
12일 유통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박주형 대표는 내수 소비 위축으로 업계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에도 최근 기존 점포 재단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신세계가 최근 잠정집계한 상반기 실적을 보면 백화점부문은 총매출 3조5385억 원, 영업이익 1789억 원을 거둬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0.3%, 영업이익 8.5% 뒷걸음쳤다. 다만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미래 준비를 위해 핵심 점포에 전략적 투자를 지속한 결과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24년 2월부터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를, 6월 식당가&와인 매장 하우스오브신세계를, 올해 2월 슈퍼마켓 신세계마켓 등을 재단장해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3월 신관 ‘디에스테이트’에 명품과 쥬얼리 매장을 확대하고 명품 의류 브랜드를 새로 들이는 등 12년 만에 최대 규모 개편을 진행했고, 4월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에 명품관 ‘더헤리티지’를 새로 개장했다.
하반기에도 기존점 개선 관련 투자를 지속한다. 8월 델리(즉석섭취식품) 코너를 열면 총면적 1만9834㎡(약 6천 평) 규모의 국내 최대 프리미엄 식품관이 완성된다.
무엇보다 하반기 국내 최대 규모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매장을 품은 본점 '더리저브' 개편을 완료하면 신세계 숙원 사업인 신세계 본점 타운화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국내 백화점 산업은 내수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과 이커머스 시장 성장으로 인해 1년 넘게 부진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박 대표는 ‘위기가 곧 기회’라며 투자를 확대하며 업계 위상 강화에 나선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다른 유통채널에서 만나볼 수 없는 상품을 유치하고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고객들이 오프라인에서 구매해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 환경이 어려울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업황이 반등했을 때 수요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재단장이 필요한 점포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백화점 업계는 상위 3사가 시장점유율 약 89%를 과점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작년 기준 점유율 28%로 국내 백화점업계 2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31개 점포를 보유한 롯데백화점이 34%로 1위, 16개 점포를 지닌 현대백화점이 27%로 3위다.
신세계백화점은 보유 점포수가 13개로 가장 적지만 주요 대도시 점포를 지역 랜드마크로 만들어 해당 지역 매출 1위를 달성하는 전략을 펼쳐 업계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워왔다. 점포수에선 밀리지만 업계에서 매출 10위 안에 드는 점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 연간 거래액 순위를 보면 1위에 신세계 강남점, 3위에 신세계 센텀시티점, 6위에 신세계 대구점, 10위에 신세계 본점이 이름을 올렸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연간 거래액 기준 격차는 2020년 2조7096억 원에서 지난해 1조4390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롯데의 시장점유율은 37%에서 3%포인트 줄어든 반면 신세계는 25%로 3%포인트 확대됐다.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 ‘신세계 마켓’ 매장 이미지.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는 앞서 2016년에도 위기 속에 과감한 투자로 성과를 낸 사례가 있다.
2015년 주요 백화점들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메르스 사태까지 덮치며 오프라인 집객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은 이듬해 부산 센터필드점 2단계 사업인 센텀시티 몰, 하남점, 김해점, 대구점 등 4개 신규 점포를 열고 강남점 증축을 단행했다.
그해 투자가 신세계백화점이 업계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017년 센텀시티점은 지방 점포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달성했고, 대구점은 대구 경북 상권 1위를 꿰찼다. 강남점은 증축을 계기로 2015년 1조3천억 원 수준이던 매출이 2017년 1조7천억 원으로 급증했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2016년을 퀀텀 점프를 했던 시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세계백화점이 현재 진행하는 대대적 재단장과 2016년 당시 대규모 확장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2016년 9개 점포를 보유한 신세계백화점이 5개 점포의 신규출점·증축을 단행한 반면 최근 투자는 신규 출점이 아닌 기존점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2016년에는 다수의 신규점 출점으로 극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며 “신규 점포가 재단장과 함께 시너지를 내면 좋겠지만 가장 빠른 게 2028년인 만큼 기존 점포 경쟁력을 강화해서 해당 상권에서 차별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28년 현재의 3배 규모에 이르는 광주점 대규모 증축을 시작으로 수서점과 송도점 신규 출점 등 대형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박 대표는 전라남도 강진 출신으로 광주고, 동국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신세계 인사과에 입사했다. 2013년 신세계 지원본부장 부사장에 올랐고 2016년 센트럴시티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23년 9월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 신세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신세계백화점의 본격 신규 출점 재개에 앞선 박 대표의 전략적 기존점 관련 투자가 큰 폭의 실적 개선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핵심 상권에 자리한 백화점들의 리뉴얼은 이후 매출 증대 효과가 이미 입증된 전통적인 공식”이라며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면세뿐만 아니라 주요 상권의 백화점 매출 증대도 기대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신세계의 2개 연도에 걸친 리뉴얼은 적기의 투자”라고 지적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