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이 2나노 공정에서 AMD와 소니의 게임 칩 수주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수주 가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AMD와 소니가 차세대 게임용 칩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 2나노 공정 적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2나노 수주 가뭄을 끊어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6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AMD가 소니의 차세대 게이밍 기기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에 탑재될 시스템온칩(SoC)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2나노 공정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MD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2나노 공정 사용을 고민하고 있으며, 수주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TSMC 2나노 공정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최근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닌텐도는 차세대 게이밍 기기 ‘스위치2’에 탑재될 메인 칩에 삼성전자 8나노 공정을 적용한다. 닌텐도가 과거 TSMC를 활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큰 수주다. 블룸버그는 이를 “삼성전자에 중요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닌텐도에 이어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AMD와 소니의 2나노 공정 수주에 성공한다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주 가뭄’을 끝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3나노 공정부터 수율(완성품 비율) 문제로 엔비디아, 구글 등 주요 고객사 대부분을 TSMC에 빼앗기며 수주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증권가는 파운드리 사업부가 지난해 약 5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은 각각 67%와 11%였다. 2023년 4분기 두 회사의 점유율이 각각 61%, 14%였던 것과 비교해 1년 만에 점유율 격차는 47%포인트에서 5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다만 모든 주문이 TSMC로 몰리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에도 기회가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TSMC의 생산 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일부 빅테크 기업이 삼성전자와 인텔 파운드리를 대안으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TSMC의 3나노 공정은 양산 이후 사상 최단기간인 5개 분기 만에 가동률 100%에 도달했으며, 2나노 공정은 양산 이후 4개 분기 만에 완전 가동률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삼성전자와 인텔 파운드리는 TSMC가 놓친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며 2위 자리 경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 TSMC 3나노 반도체 웨이퍼 사진. < TSMC >
게다가 TSMC 생산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대만 공상시보에 따르면 TSMC는 올해 파운드리 단가를 10% 인상할 계획을 세웠으며, 미국 공장의 4나노 가격은 약 30%를 높여 받겠다는 방침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개한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하반기 중 모바일용 2나노 반도체 제품을 양산해 신규 출하할 예정”이라며 “성공적 양산으로 주요 고객으로부터 수요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AMD-소니의 2나노 공정을 성공적으로 수주한다면, 최근 다시 떠오른 파운드리 분사 논란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사 없이도 첨단 공정 수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와 한 지붕 아래 있어,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이 자신의 설계 정보가 시스템LSI 사업부로 유출될 것을 우려한다는 주장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보고서에서 “만성 적자 구조인 파운드리 부문을 분사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