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헬스케어BU장(상무)가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한 건강스낵 브랜드 '펄스랩'을 선보였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사람들은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질병을 예방하기도 한다.”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헬스케어BU장 상무의 이 한마디는 그의 ‘음식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단순한 맛을 넘어 음식의 기능과 건강 측면을 중시하는 이런 생각이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집중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전병우 상무가 건강기능식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미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와 특정기업이 지배하지 않는 다양성을 기회 삼아 건강스낵 브랜드 ‘펄스랩’을 전면에 내세워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전 상무의 이러한 행보는 롯데와 농심 등 주요 식품기업 오너 3·4세들이 ‘신사업’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 전병우 ‘헬스케어’로 사업 다각화 시동, 미국시장 '건강스낵'으로 잡을 수 있을까
전 상무는 현재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전략총괄과 신사업본부장을 맡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건기식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건기식 시장을 꽉 잡으려는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미국 현지법인 '삼양아메리카'를 통해 헬스케어 사업부 경력직 채용 공고를 내며 인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전 상무가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양식품은 올해 건강스낵 브랜드 ‘펄스랩’을 론칭했는데 미국 시장에서도 ‘죄책감 없는 간식’ 경험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펄스랩은 콩 단백질을 주원료로 해 영양과 편의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의미의 스낵제품 브랜드다. 작년 론칭한 식물성 단백질 식품 브랜드 ‘잭앤펄스’를 새 단장해 만들어졌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식물성 단백질에 대한 접근성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브랜드를 재정비했다”며 “일상에서 건강하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낵경험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미국 건기식 시장은 특정 대기업 브랜드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중소기업의 브랜드들이 진출해 있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시장 특성은 건기식 브랜드 인지도가 아직 높지 않은 삼양식품에게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건기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 건기식 시장은 성장 가능성도 높다. 시장조사업체 IBIS월드에 따르면 미국 건기식 시장은 연평균 1.2%씩 성장해 2027년에는 395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에 관해 관심이 커졌고 미국 인구 고령화 문제가 더해지면서 건기식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 건기식 제품은 미국에서 이미 선호도가 형성되어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미국 건기식 수입 시장 점유율 8.3%로 3위에 올랐다.
미국 건기식 시장에서도 ‘건강스낵’은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산업분석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건강스낵 시장은 2032년까지 28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시장 역시 연평균 4.2%씩 성장해 2019년 781억 달러에서 2027년 1111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간단하고 저렴하게 영양을 챙기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간식은 바쁜 생활 속에서 즉각적 포만감과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줘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전 상무는 이처럼 성장 잠재력이 큰 미국 건기식 시장에서 건강스낵 브랜드 ‘펄스랩’으로 삼양식품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시장에서 삼양식품의 건기식 도전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한다면 전 상무의 첫 경영성과가 성공적으로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
◆ 식품 오너 3세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이유는?
전 상무뿐 아니라 롯데와 농심 등 주요 식품기업의 오너 3세들도 공통적으로 ‘신사업’을 직접 이끌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30대 중후반으로 경영수업의 본격적 시기에 접어들었으며 기존 사업이 아닌 신사업 부서를 중심으로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식품업계 전반에서는 1970년~80년대생 오너 후계자들이 잇달아 임원에 오르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사업은 당장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성공적으로 이끌 경우 차세대 리더로서의 경영 역량을 입증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성장하는 시장을 공략하면 '경영 자산'을 보다 수월하게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오너 일가 후계자들이 첫 경영 무대로 삼고 있다.
식품업계는 '입맛 흐름'을 읽는 감각이 중요한 산업으로 꼽힌다. 기존 제품군으로는 배울 수 없는 새로운 식견과 소비자 감각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많은 후계자가 건강, 지속가능성, 테크 기반의 신사업에 도전장을 내밀며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후계자 사례로는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을 들 수 있다.
신유열 부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들로,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도 겸하며 다양한 사업범위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외를 오가며 신사업 가능성이 있는 사업의 현안을 챙기고 있다. 신유열 부사장은 올해 국내에서는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2025'를, 미국에서는 제약바이오 콘퍼런스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참석하기도 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씨저널과의 통화에서 “오너 후계자는 조직 안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신사업은 이러한 리더십을 시험하고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무대가 된다”고 말했다.
오너 일가는 승진기간도 비교적 짧은 편이라 경영능력 입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분석업체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오너일가가 입사 후 임원으로 승진하기까지 평균 4.4년이 걸린다. 이는 일반직원보다 18.1년 이른 속도다.
일반 사원이 '대리' 직급에 머무를 때 오너 3세는 이미 임원 배지를 달고 있다는 의미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