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밀양 제2공장으로 불닭볶음면 생산기반을 늘렸다. <삼양식품> |
[비즈니스포스트] “코카콜라의 아성을 따라잡는 것이 목표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밀양2공장 설명회에서 삼양식품의 경쟁자로 코카콜라를 꼽았다.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의 가치를 현재가 아닌 미래 ‘지속가능성’에 두고 있는 셈이다. 코카콜라는 반짝 인기를 넘어서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인정받는다.
‘지속가능한 가치’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진 워런 버핏도 1988년부터 37년 이상 코카콜라 주식을 꾸준히 보유하고 있다.
◆ 불닭볶음면의 눈에 띄는 성장, ‘지속가능성’도 얻을 수 있을까
삼양식품은 현재 ‘불닭볶음면’으로 눈에 띄게 성장한 뒤 ‘지속가능 경영’의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은 상품 하나로 급부상했다가 상품 인기가 식으면서 실적이 급격히 떨어지는 회사도 흔하기 때문이다.
2014년 ‘허니버터칩’으로 인기를 끈 크라운해태는 상품 출시 100일 만에 매출 50억 원을 넘어설 만큼 급성장했지만 인기가 2년 만에 식으며 2019년까지 매출 감소를 겪었다.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불닭볶음면'이 오름세와 내림세의 갈림길에서 앞으로의 흐름을 가를 분수령에 서 있는 셈이다.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이 고추장이나 칠리소스처럼 질리지 않는 매운맛의 ‘고유명사’가 될 수도 있지만 매운맛 열풍이 시나브로 꺼질 수도 있다.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국내 식품산업을 두고 “소비자의 입맛과 먹거리 취향, 소비패턴은 갈수록 빨리 변하고 있다”며 “온라인 마케팅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초고속 성장한 식품 브랜드도 늘고 있다”고 바라봤다.
◆ 해외시장에서 가능성 본 김정수, 현지 ‘생산물량 확보’와 ‘브랜드 마케팅’ 나서
김 부회장은 ‘매운맛’을 좋아하지 않지만 ‘매운맛’의 인기를 읽어내 불닭볶음면을 개발했다고 알려진다. 도전의 계기가 분석적이고 전략적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김 부회장이 불닭볶음면 설비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점은 ‘해외시장’에서 가능성을 본 것으로 비춰진다.
‘챌린지 열풍’으로 시작된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한순간 꺼지지 않을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삼양식품은 최근 해외시장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밀양2공장을 증설했다. 이 공장에는 최신설비와 완전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됐다.
해외 생산기지인 밀양2공장은 6개 생산라인을 갖춰 올해 6월 완공됐다. 생산능력은 연간 8억3천만 개에 달한다.
삼양식품은 밀양을 비롯한 전체 공장에서 연간 28억 개 이상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2027년에는 중국 저장성에 첫 현지공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이 공장은 연간 8억4천만 개의 불닭볶음면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다.
생산설비 투자만큼 브랜드 이미지 굳히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국외 법인을 만들고 현지 마케팅을 활발히 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된다.
삼양식품은 해외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불닭 챌린지’에서 한 발 나아가 이 브랜드를 ‘소비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홍보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덴마크 정부가 불닭볶음면이 너무 맵다며 리콜을 결정했다가 번복했을 때, 이를 기념한 ‘매운맛 파티’를 연 것을 들 수 있다.
당시 이 행사는 소셜미디어에서 반응을 끌어내면서 ‘불닭’ 키워드가 태그된 게시물이 3억6천만 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만큼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한 ‘체험형 마케팅’도 활발하다.
삼양식품은 ‘체험부스’를 이용해 ‘맛의 경험’을 늘리고 있다. 미국 최대 음악축제인 코첼라의 공식 파트너로 축제기간 체험부스를 운영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의 학교에서도 체험부스가 운영됐다.
◆ 김정수 ‘수익 안정성’을 잡기 위한 또 다른 노력, ‘불닭볶음면’의 변주
김 부회장은 급변하는 시장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주력제품 맛에 변주를 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불닭볶음면이라는 브랜드에 새로움을 더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불닭소스에 다른 맛을 첨가한 로제불닭볶음면과 까르보불닭볶음면에 이어 면에서 차별성을 둔 까르보불닭납장당면도 출시됐다.
삼양식품과 마찬가지로 국내 라면제조업체들은 ‘장수 제품’에 버전을 바꾸는 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팔도는 지난해 ‘팔도비빔면’에 간장과 후추의 맛을 더한 ‘팔도비빔면II’를, 농심은 올해 ‘신라면’의 맛에 태국스프 똠얌꿍을 더한 ‘신라면 똠얌’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소비자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새로운 개발까지 또 시간이 소요된다”며 “인기 있는 제품에 변주를 주는 것이 전략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상품들이 일시적 체험수요로 끝나지 않으려면 ‘유행’을 떠나 변하지 않는 입맛을 사로잡아야 하는 과제도 있다.
기업분석업체 그로쓰리서치 보고서는 “기존제품에 충성도가 있는 소비자들은 변주상품에도 체험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불닭 브랜드는 원 히트 원더로 인터넷 유행의 일시적 인기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고 내다봤다.
◆ 김정수의 ‘불닭볶음면’, 세계 시장이 삼양식품에 주목하다
현재 삼양식품의 매출을 이끄는 ‘불닭볶음면’은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작품이다.
김 부회장은 ‘땀을 흘리면서도 맛있게 먹는’ 어느 인기 식당의 찜닭에서 ‘불닭볶음면’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불닭볶음면은 2012년 국내에서 크게 인기를 끈 뒤 유튜브를 통해 외국에 퍼져나가며 ‘매운 음식 챌린지’로 열풍을 이어갔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끌면서 수출 규모가 크게 늘었다. 이 제품 매출은 2015년 294억 원에서 2017년 7배가량 성장하며 2천억 원을 육박했다.
불닭볶음면의 해외매출은 올해도 삼양식품 연결기준 매출을 이끌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290억 원, 영업이익 134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7%, 67% 늘었다.
NH투자증권은 2분기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8%, 48% 늘었다고 추정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주력제품인 불닭볶음면의 세계 시장 흥행이 지속되며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고 있다”며 “실제 주가 상승 폭보다 실적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삼양식품 매출의 증가세는 주가 상승도 이끌었다. 올해 시가총액 10조 원의 벽을 넘어서면서 유가증권시장 순위 5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의 노력에 힘입어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내년까지 성장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업계는 올해에 이어 2027년까지 해외시장에서의 불닭볶음면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평가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중국 공장이 2027년 완공되면 실적이 더 늘 것"이라며 “2027년까지 매출은 매년 20%가량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양식품은 공장설비 투자비용보다 이익 성장성이 더 좋다고 평가돼 신용등급도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 조정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삼양식품은 수출 확대와 원자재가 안정화로 우수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밀양2공장과 중국 공장 신설 등 투자부담에 비해 우수한 외형성장으로 자금 소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