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가 찍은 K팝 공연 티켓 30만 원, '추종 팬' 앞세워 가격 랠리 이어진다

▲ 국내 K팝 공연 티켓 가격이 30만 원 선을 넘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K팝 공연 티켓 가격이 30만 원 선을 넘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사들은 리허설을 관람할 수 있는 ‘사운드체크’, 공연 종료 후 아티스트를 배웅하는 ‘샌드오프’ 등 공연 외 부가이벤트를 포함시키며 해마다 티켓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있어도 팬심으로 인해 불매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누가 먼저 가격을 올리느냐’의 눈치싸움 속에서, 공연 티켓 가격 인상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국내 K팝 공연 티켓 가격을 살펴보면 올해를 기점으로 20만 원대가 ‘기준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K팝 공연 티켓 최고가는 19만8천 원. 하지만 올해 벌써 20만 원을 넘긴 팀이 4팀이나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 열리는 블랙핑크 공연의 가장 비싼 좌석은 27만5천 원으로 K팝 국내 공연 최고가를 갱신했다. 예매수수료에 배송비까지 더하면 실구매가는 30만 원을 가뿐히 넘는다. 2023년 열린 블랙핑크 공연 최고가는 22만 원이었는데 2년 만에 25%가 오른 것이다. 

올해 3월 열린 BTS 제이홉 콘서트도 VIP석과 밋앤그릿(M&G)석이 22만 원이었다. 2023년 BTS 슈가 콘서트 최고가 좌석도 22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BTS 완전체 콘서트가 성사될 시 훨씬 더 높은 가격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세대 아이돌들도 마찬가지다. 3월 열린 지드래곤과 투애니원 콘서트도 각각 가장 비싼 좌석이 22만 원, 20만9천 원이었다. 

또한 대부분의 K팝 콘서트에는 팬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선예매 제도가 적용된다. 좋은 좌석을 확보하려면 팬클럽 가입(보통 3만 원 이상)이 사실상 필수다. 티켓값뿐 아니라 팬클럽 가입비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공연 관람 비용은 더욱 높아진다.
 
블랙핑크가 찍은 K팝 공연 티켓 30만 원, '추종 팬' 앞세워 가격 랠리 이어진다

▲ 2023년 9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블랙핑크 공연. 당시 티켓 최고가 20만 원을 넘기며 주목을 받았다. < YG엔터테인먼트 >


엔터테인먼트사들은 고가 티켓 전략을 팬덤 규모가 탄탄한 인기 그룹부터 적용하고 있다. 여자그룹은 블랙핑크, 남자그룹은 BTS가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린 후 따라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인기 그룹이 티켓값 상한선을 끌어올리고, 시장 전체가 그 뒤를 따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가격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사운드체크와 샌드오프 등 해외에서는 비교적 익숙하지만 국내 공연에서 다소 생소했던 이벤트도 도입됐다. 이제 해당 이벤트들은 주요 K팝 공연에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매번 이전 공연보다 더 높은 품질을 구현하기 어려운 만큼 부가 요소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엔터테인먼트사들이 고가 전략을 자신 있게 펼치는 이유는 결국 팬심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국내 K팝 팬들 사이에서는 콘서트만큼은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인기 아이돌 그룹들이 대부분 앨범 활동 외에는 해외 투어에 집중하고 있어, 국내 팬들이 아티스트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연 1~2회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 투어를 따라가지 않는 팬들에게는 사실상 국내 콘서트가 유일한 선택지다.  

한 K팝 팬은 “티켓값이 비싸졌지만 해외 콘서트를 관람하는 비용보다는 아직 저렴하다”며 “대신 지갑 사정을 고려해 앨범이나 굿즈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씀씀이를 조절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기간 음반 소비에 집중됐던 팬들의 지출이 분산된 것도 엔터사들이 티켓 가격을 과감하게 인상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4세대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키즈는 이러한 흐름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음반 판매량은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공연 규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2023년 6월 발매한 정규 3집 ‘5-STAR’로 1주일 동안 460만 장을 판매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이후 초동(발매후 1주일 동안 판매량)은 370만 장, 236만 장, 181만 장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공연 규모는 훨씬 커졌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세 번째 월드투어 ‘도미네이트(dominATE)’ 누적 관객 수는 2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2~2023년 진행한 두 번째 월드투어 ‘매니악(MANIAC)’과 일본 돔 투어를 합친 규모(97만 명 동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K팝의 글로벌화도 공연 티켓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내 팬만으로 객석을 채우지 못해도, 해외 팬 수요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사들은 가격 인상에 더 과감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국내 콘서트장에서는 외국인 관객 비율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시야가 좋은 앞자리 좌석을 ‘글로벌석’으로 따로 분류해 해외 팬 전용 투어 상품과 연계해 판매하기도 한다. 

엔터업계 한 관계자는 “콘서트는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는 물론 연출과 기술 구현, 장비 등에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물량, 인력이 투입되는 고비용 투자산업”이라며 “아티스트의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공연에서의 수익 대부분은 다시 수준 높은 무대를 구현하기 위해 재투자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