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더본코리아 백종원 결별해야 할 때, 주주는 능력있는 CEO 원한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17143203_98909.jpg)
▲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는 회사를 30년 넘게 이끌었다. 그만큼 회사의 곳곳에 그의 발자취가 남았다. 하지만 상장회사 수장으로서 고민해야 할 지점은 적지 않아 보인다. <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방송 화면 갈무리 >
백종원 대표는 더본코리아를 1994년 창업했다. 대표이사로 일한 시기만 30년이 넘는다.
그만큼 발자취도 뚜렷하다. ‘원조쌈밥집’부터 시작해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홍콩반점0410’, ‘빽다방’ 등 브랜드 20여 개에 손길이 닿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
지난해 11월 더본코리아의 코스피 상장도 백 대표 개인기 덕분이다. 백종원이라는 브랜드가 아니었다면 더본코리아는 상장회사라는 타이틀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상장 반년이 되어가는 현주소는 참담하다.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달갑지 않은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상장 첫날 6만45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최근 2만6100원까지 떨어졌다.
주주 원성은 자자하다. 경찰이 더본코리아의 원산지 허위광고 의혹과 관련해 백 대표를 형사 입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기꾼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끓는다.
백 대표는 쇄신을 다짐했다. 더본코리아는 최근 홈페이지에 공지글을 올려 “다 바꾸겠다. 뼈를 깎는 조직·업무 혁신을 통해 고객 신뢰 회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관리하는 감사 및 리스크 관리 전담조직을 만들고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홍보팀도 만들겠다고 했다. 외부 전문가를 보강해 그동안 불거진 잘못을 시정할 조치도 이미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변화의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중요한 게 빠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바로 백 대표 자신이다.
백 대표는 스스로를 “음식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탐구를 목표로 삼는 사람, 음식에 있어 누구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싶어하는 사람. 백종원. 그것이 지금 저이고 앞으로도 바라는 저의 모습”이라고 소개한다. 홈페이지에 적힌 말이다.
요컨대 스스로 ‘요리연구가’라고 소개했던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고 싶다는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상장기업인 더본코리아 대표가 할 말은 아니다.
더본코리아에 제기되는 여러 논란을 두 달여 지켜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회사를 여태껏 키웠던 ‘백종원 체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의 산 증인이다. 더본코리아를 만들어 30년 넘게 이끌면서 수많은 프랜차이즈를 성공시켰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다. 평가는 엇갈리지만 한 때는 ‘요식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그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구수하고 친근한 입담이 알려지면서 ‘백종원’이라는 간판을 단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러나 백종원이라는 브랜드에 기대 성장했던 더본코리아의 성장 방적식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주주들은 묻고 있다. 백 대표가 소액주주의 수가 8만5천 명을 넘고 시가총액 4천억 원을 넘기는 회사의 대표인지, 아니면 ‘요리 연구가’인지를.
백 대표의 자질을 문제로 삼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더본코리아가 원산지 표기 논란과 관련해 “철저하지 못했다”, “몰랐다”는 식으로 대응할 때 상장기업에서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고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논란에도 “개선하겠다”는 방식으로 대응할 때 눈을 의심했다.
상장기업을 이끄는 회사에서 나오는 책임있는 말로 느껴지지 않았다. 시쳇말로 상장사의 해명 치고 수준이 너무 낮아 보였다.
![[기자의눈] 더본코리아 백종원 결별해야 할 때, 주주는 능력있는 CEO 원한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17143930_102771.jpg)
▲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사진)은 스스로를 ‘요리 연구가’로 각인하고 싶어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주주들은 백 대표에게 상장사 CEO의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유명인인지, 아니면 상장사를 이끄는 수장인지를 놓고 헷갈려 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백 대표가 새겨야 할 지점은 명확하다. 주주들은 거창한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CEO이기를 바라고 있다. 방송에서 나오듯 ‘음식연구가’나 ‘요식업계 CEO’가 아니라 ‘전문경영인’의 모습을 원한다.
다행인 것은 백 대표도 이런 지적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주주총회에서 “전문 분야에 오래 몸담았던 인재를 영입하려고 하고 있다”며 “정말 필요하다면 전문경영인 영입도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런 인식이라면 기억해야 할 것은 단 하나다. 시간이 많지 않다. ‘빽햄’부터 원산지 허위광고, 술자리 면접 등의 논란이 쌓이면서 백 대표가 쌓아온 더본코리아 기업 이미지는 많이 훼손됐다. 앞으로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더본코리아의 근본인 외색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사업도 휘청할 수 있다.
최근 한 기업인은 말했다. 회사에 전문경영인을 앉히는 것은 매우 용기있는 일이라고. 자신이 일군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남의 손에 맡겼을 때 회사가 더 클 수 있다는 여지를 백 대표가 생각해봐야 할 때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