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이 국정 핵심과제로 선정되면서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LS전선, 대한전선 등의 기업들이 초고압 직류송전망을 구성하는 변압기, 전선 등의 생산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효성그룹, LS그룹, 대한전선 등의 주요 전력인프라 기업들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 필요한 변압기·전선 등 초고압 직류송전(HVDC) 기자재 수주전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HVDC는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교류전력(AC)를 직류전력으로 변환해 송전한 뒤 전력소비 지역에서 다시 교류전력으로 변환해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망 체계다.
300km 이상 거리의 가공송전이나 30~50km 이상 거리의 해저·지중 송전을 할 때 교류보다 2배 이상의 전력을 송전할 수 있어,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할 핵심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15일 국정기획위원회의 핵심 국정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대 서해안을 축으로 하는 HVDC망을 구축한 뒤 2040년대에는 이를 남해안 동해안으로 확장해 국토에 ‘U자형’ 송전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현재 3만7169서킷킬로미터(회선수에 선로길이를 곱한 거리) 규모의 전국 송전선로가 2030년에는 4만8592서킷킬로미터로 30.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행 사업인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에만 신해남태안서인천(430km), 새만금태안영흥(190km) 등 구간에 사업비 7조9천억 원이 투입된다. 기존 2036년이었던 완공 일정도 2030년으로 앞당겨졌다.
이에 발맞춰 국내 주요 전력기기 기업은 HVDC 기자재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7월30일 경남 창원공장에 초고압변압기 공장신설 계획을 밝혔다. 2027년 7월까지 3300억 원을 투입해 초고압 직류변압기와 초고압 교류변압기를 동시에 생산한다. 생산능력(매출 기준)이 5천억~6천억 원에 이른다.
효성중공업은 2017년부터 1천억 원을 투자해 2024년 국내 최초로 200MW급 전압형 HVDC 기술을 개발하고 2GW급 대용량 전압형 HVDC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HVDC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다.
LS일렉트릭은 2024년 5월 착공에 들어간 부산공장 2생산동을 올해 10월 완공할 것으로 보인다.
1008억 원이 투입되는 2생산동은 HVDC 변환용 변압기를 포함한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다. 이에 따라 부산공장의 생산능력은 기존 연간 2천억 원에서 6천억 원 수준까지 늘어난다.
LS일렉트릭은 HVDC 변압기 공급실적을 내세워 향후 사업 수주를 자신하고 있다.
▲ 양주변전소에 설치된 전압형 HVDC 변환설비. <한국에너지문화재단> |
국내 전선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LS전선과 대한전선도 HVDC용 해저케이블 수요 확대에 증설로 대응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올해 7월 640kV급 HVDC 및 400kV급 초고압교류송전(HVAC)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당진해저케이블2공장 1단계 투자를 결의했다. 4972억 원을 들여 2027년 말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회사의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은 기존보다 5배가량 늘어난다.
LS전선은 이미 7월 강원 동해시에 위치한 해저케이블 공장을 준공해 HVDC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을 4배 이상 확대했다.
전력기기 기업들이 이 처럼 대규모 증설에 나설 수 있는 것은 2020년대 시작된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 호황에 힘입어 실적이 고공행진하며 투자여력을 충분히 쌓아둔 덕분이다.
HVDC 증설 러시 속에서 완전 국산화를 위해서는 '전압형 HVDC 변환용 변압기'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HVDC의 전압 변환 방식은 전류형과 전압형으로 나뉘는데 전압형 HVDC가 설치면적이 작고, 전력을 더 쉽게 조절할 수 있어 활용도와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전력용 반도체 소자와 전력전자기술의 발달로 전류형보다 전압형 HVDC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전압형 HVDC 기반을 확립해 나가는 단계"라며 "국내 전압형 HVDC 기술의 국산화와 고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