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동국제강이 일본·중국산 철근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기업들은 건설경기 악화에 대응해, 철근 공장 가동을 멈추며 가격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최근 철근 수입이 급증하면서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일본산 철근의 저가 공세로 철근 업황 반등이 불투명한 가운데 동국제강이 6500억 원 규모의 사옥 매입을 결정했다. 이를 놓고 투자의 적절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 |
업황 반등이 불투명한 가운데 동국제강은 10여년 전 팔았던 사옥을 최근 다시 매입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를 두고 합리적인 투자가 아니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1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근 유통가격은 8월 첫째주 1톤당 71만5천 원으로 1주일 동안 2.7%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7.7% 감소했다.
주요 철근 생산기업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철근공장 가동을 멈추며 일시적으로 75만 원 선까지 반등했던 국내 철근 유통가는 일본·중국산 저가 공세에 다시 맥을 못추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전체 철근 수입량은 1만5695톤으로, 2024년 7월 3068톤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일본산 철근은 1만1279톤으로 346.8% 증가했다.
감산을 통해 가격반등을 시도한 철근 제조사들은 오히려 판매량 감소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3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일 뿐만 아니라 주요 봉형강 공장의 개보수와 공격적 감산의 영향으로 봉형강(철근, 형광) 판매량이 지난해 3분기보다 10.5% 줄어든 60만5천 톤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국제강은 7월22일부터 8월15일까지 인천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단일 공장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연 220만톤)의 인천공장을 멈춰 세운 것은 1972년 공장 가동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인천공장 가동중단을 발표하면서 회사 측은 "8월 시장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만약 공급과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중단 기간 연장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고 밝혔다.
동국제강 측은 생산중단 연장과 관련한 질문에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국제강그룹의 사옥 '페럼타워'. <동국제강> |
주력 제품인 철근의 업황이 쉽사리 반등하지 못하는 가운데 동국제강이 최근 약 6500억 원을 들여 사옥을 재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동국제강은 8월28일 삼성생명으로부터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사옥 ‘페럼타워’를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매입자금은 자기자금과 금융권 차입을 활용해 조달한다.
회사 측은 “건실한 재무적 체력을 기반으로 중심업무지구(CBD)에 위치한 빌딩자산 운영을 통해 업황 민감도가 낮은 안정적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며 “수익성 개선과 향후 시장가격 상승을 통한 투자자산 가치 증대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2025년 2분기 말 기준 동국제강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5206억 원이다.
페럼타워 매입을 위해 차입금은 늘어났다. 동국제강의 2025년 상반기 말 부채비율은 103.1%, 총차입금은 1조1734억 원으로 2024년 말보다 부채비율은 15.4%포인트, 총차입금은 26.0%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페럼타워 재매입이 악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부의 철강 수입관세 부과로 경쟁사들은 미국 제철소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동국제강의 행보는 이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손잡고 미국에서 58억 달러 규모의 제철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동국제강은 미국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지 않고 있으며 판매법인만 두고 있다.
한편, 동국제강은 현대제철의 자회사 ‘현대IFC’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IFC의 몸값은 2천억~3천억 원으로 거론된다.
동국제강 2025년 상반기 개별기준으로 매출 1조6192억 원, 영업이익 342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13.3%, 영업이익은 63.3% 줄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