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립부 탄 인텔 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인텔 반도체 제조업의 중요성을 설득하며 미국 정부와 협력 방안을 적극 제안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정부가 인텔에 영향력을 강화하며 반도체 관세 정책을 앞세워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지원도 유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립부 탄 인텔 CEO. |
[비즈니스포스트] 립부 탄 인텔 CEO가 자신의 사퇴를 요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다. 인텔과 미국 정부의 협력 계획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유지에 필요한 자금을 잠재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로 충당할 수 있도록 트럼프 정부에서 관세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 “립부 탄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 ‘충성심’을 증명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와 인텔의 협업 추진 방안도 언급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립부 탄 CEO는 현지시각으로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을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해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립부 탄 CEO가 중국 군사 및 기업과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들어 사임을 요구했다. 이해관계 충돌 문제가 우려되는 만큼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건은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는 상황과 연관이 깊다.
인텔이 심각한 재무 위기로 첨단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만큼 미국이 한국과 대만 기업에 의존을 높여야만 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텔은 미국 정부와 군사용 반도체 연구개발 및 생산을 위해 협력하고 있는 만큼 기술력 부족은 트럼프 대통령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립부 탄 CEO의 사임을 요구한 것도 결국은 정부 차원에서 인텔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립부 탄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 인텔의 전략적 중요성을 설득하고 정부와 협업 계획을 적극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립부 탄 CEO는 그동안 인텔이 반도체 제조 사업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사회 구성원들과 의견 충돌을 빚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인텔이 반도체 자체 생산을 지속하는 대신 미국의 안보 및 국익에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 설득하려 할 공산이 크다.
인텔에 현재 가장 다급한 과제는 파운드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TSMC와 삼성전자 등 선두 기업과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것으로 꼽힌다.
▲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인텔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
크레이그 배럿 전 인텔 CEO는 경제전문지 포천에 “인텔이 파운드리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400억 달러(약 55조5천억 원) 수준의 현금 조달이 필요하다”며 “지금 당장 투자를 지속해야만 한다”는 분석을 전했다.
그는 인텔이 현실적으로 이러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반도체 파운드리 다변화를 원하는 엔비디아와 애플, 구글 등 잠재 고객사들에 투자를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관세를 통해 대형 IT기업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인텔의 미국 내 제조공장 투자에 자금을 댈 수밖에 없도록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럿 전 CEO는 “빅테크 기업들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TSMC 이외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만 한다”며 “인텔은 자금만 확보하면 되살아날 수 있는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와 AMD, 테슬라와 애플 등 기업은 대만에서 수입하는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에 대비해 TSMC 또는 삼성전자 미국 공장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배럿 전 CEO는 삼성전자와 TSMC가 단기간에 미국에 최신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을 도입할 계획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텔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앞세워 미국 빅테크 기업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자국에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뤄냈다.
애플은 최근 미국에 6천억 달러(약 833조 원)에 이르는 지출 계획을 발표했고 엔비디아도 자국 내 공급망 구축에 5천억 달러(약 694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트럼프 정부가 최근 반도체에 최고 100%의 수입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만큼 빅테크 기업들에 이를 무기로 삼아 인텔에 지원을 요구한다면 충분히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립부 탄 CEO가 트럼프 대통령에 인텔 반도체 제조사업의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설득한다면 이는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는 선택지로 꼽힌다.
TSMC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에 따라 인텔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댈 가능성도 떠오른다.
대만 공상시보는 TSMC가 곧 열리는 이사회에서 인텔과 협력을 추진하는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분 투자나 첨단 미세공정 기술 협력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럿 전 CEO는 “삼성전자와 TSMC의 미국 공장 투자에 기대는 것은 미국 반도체 경쟁력에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인텔은 트럼프 정부와 미국 빅테크 기업에 모두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