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나금융지주가 또 한 번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연간 순이익 4조 원 달성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올해 하나금융의 이익 체력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함 회장은 환율 하락 효과까지 끌어안으며 연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2025년 상반기 호실적을 이끌었다. <하나금융그룹> |
25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주주 기준)이 2조3010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 상반기(2조687억 원)와 비교해 11.2%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이다.
2분기만 따로 보면 순이익은 1조1733억 원으로, 외환은행 인수 효과가 반영된 2012년 1분기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이다.
증권가 추정치였던 1조1천억 원대 초반도 뛰어넘었다.
이 같은 호실적은 강화된 이익체력을 증명한다.
하나금융은 함 회장 체제에 들면서 분기 1조 원 수준의 단단한 이익체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앞서 2분기 실적을 점치면서 “2024년 3개 분기 연속으로 1조 원의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하여 한 단계 높아진 이익창출력을 보였다”며 “더불어 2025년 2분기 1조2천억 원을 내면서 또 한 번 레벨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이 올해 연간 4조 원대 순이익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2024년에는 1~3분기 순이익이 모두 1조 원을 넘었지만 4분기 5135억 원에 그치면서 연간 순이익은 3조7천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 실적만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약 3천억 원 격차를 벌리며 4조 원 달성에 성큼 다가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올해 순이익 4조1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환율도 호재다. 올해 초 1400원대에서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현재 1370원대로 안정되면서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원/달러 환율에 가장 민감한 곳으로 꼽힌다. 과거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합병하면서 상당 규모의 외화부채도 흡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하나금융 실적은 환율 변동만으로 수천억 원이 움직이기도 한다. 올해 2분기에는 외화환산이익으로 1052억 원을 반영했다.
박종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원/달러 환율 안정화에 따른 영향을 반영해 2분기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상회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함 회장은 올해 3월 81.2%라는 높은 찬성률을 얻으면서 연임에 성공했다. 올해 성과는 연임의 이유를 증명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도 적지 않은 셈이다.
함 회장은 연임을 확정지은 뒤 “손님과 주주들로부터 중차대한 소임을 부여받았다”며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업영역 확장과 더불어 기술혁신, 미래금융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하나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실적 반등 필요성이 크다는 시각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이런 가운데 올해 상반기 호실적이 고무적이기는 하나 순이익 4조 원 달성을 위한 ‘비은행’의 역할이 더욱 부각됐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나금융은 은행 부문에서는 안정적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비은행 부문에서는 뚜렷한 개선세가 필요한 상황이다.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상반기 2조851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지주 실적 대부분을 견인했다.
반면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올해 상반기 기준 12.0%다. 2024년 15.7%보다 낮아졌다.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자산신탁 등 주요 계열사의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줄었다. 하나저축은행은 적자폭이 확대됐다.
하나생명은 상반기 흑자를 냈지만 2분기 순이익이 1분기보다 82.4% 감소해 하반기 흐름을 안심할 수 없다.
함 회장 관점에서는 첫 임기 3년 동안 뚜렷한 결실을 맺지 못한 비은행 과제가 이번 임기 역시 최대 과제로 떠오를 수 있는 셈이다.
비은행 실적은 함 회장이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하나금융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박 CFO는 이날 주주환원 관련 질문에 “주주환원에 있어서 그룹 최고경영자(CEO)와 이사진들이 가장 우선시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룹의 수익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고, 안정적 자본비율을 유지하면서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한다면 주주환원율을 탄력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 회장 역시 비은행의 역할에 상당한 중요도를 부여하고 있다.
함 회장은 2월 기업가치제고계획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그룹의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일에 주력하겠다”며 “각 비은행 계열사가 자체적 경쟁력을 갖출 뿐만 아니라 계열사 협업으로 그룹의 시너지를 높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