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5-06-26 15: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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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전KPS가 지난해 노동자 3명이 사망했는데도 좋은 영업성과를 바탕으로 ‘202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양호(B) 등급을 획득했다.
허상국 한전KPS 사장 내정자는 이재명 정부 출범 뒤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 문제 해결을 놓고 어깨가 무거워진 상황에 놓였다.
▲ 허상국 한전KPS 사장 내정자는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 문제 해결을 놓고 어깨가 무거워진 상황에 놓였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전KPS의 경우 올해 실적 전망이 밝음에도 1년 뒤 경영평가에서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나온다.
한전KPS에서의 산업재해 인정 사망자 수가 꾸준히 증가해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안전 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6년 6월에 발표될 2025년 경영평가에서 한전KPS의 등급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락 정도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 꾸준히 요구하는 야간 2인1조 작업 환경을 조성하려면 비용이 확대돼 이익이 축소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으로 읽힌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KPS 산업 재해자수는 △2020년 9명 △2021년 12명 △2022년 12명 △2023년 19명 △2024년 24명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24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산업재해자가 발생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 동안 5명의 한전KPS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으며 이 가운데 3명은 지난해에 산재 사망자로 인정받았다.
윤석열 정부 시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안전 항목의 배점을 4점에서 2점으로 낮췄지만 이재명 정부에서는 산업 안전 문제에 관심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안전 항목 배점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전KPS가 해외 정비 물량 확보해 올해 매출 1조6천억 원, 영업이익 1900억 원 안팎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달성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매출 1조5571억 원, 영업이익 2095억 원과 비슷한 수준임에도 안전 문제가 이어짐에 따라 한전KPS의 경영평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셈이다.
특히 한전KPS는 올해 6월 경영평가에서 중대재해 기관으로 뽑혀 기관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전KPS는 안전관련 개선 계획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허 사장 내정자로서는 임명되면 재하청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 올해 6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한전KPS 종합정비동 1층에서 50대 근로자 김충현씨가 선반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태안화력발전소의 모습.
이달 초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한전KPS 종합정비동 1층에서 50대 근로자 김충현씨가 선반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때도 재하청과 관련된 부분이 논란이 됐다.
고 김충현씨는 한전KPS의 하청업체로 서부발전으로서는 2차 하청업체에 해당하는 한국파워O&M 소속이다.
서부발전이 발주한 정비 하청업체 3곳 가운데 한전KPS만이 유일하게 재하청업체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금화PSC와 두산에너빌리티는 2차 하청업체를 두지 않았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성한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는 한전KPS에 1인당 월평균 1천7만 원 규모의 노무비를 지급하기로 계약했는데 한전KPS는 재하청업체에 1인당 530만 원을 내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충현씨가 2019년 당시 실제로 지급받은 급여는 361만 원에 불과했다.
한전KPS가 발전사로부터 정비 업무를 수주한 뒤 재하청의 형태로 업무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인건비는 최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런 구조에서는 인력과 안전관리 비용이 가장 먼저 감소하게 돼 최소한의 안전 조치라고 할 수 있는 2인1조 작업 규정 준수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김충현씨도 제동 장치를 눌러줄 동료나 감독자 없이 혼자 발전설비 부품을 가공하다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전KPS는 ‘위험의 외주화’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며 허상국 사장 내정자는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 문제 해결이라는 시급한 과제와 마주하게 됐다.
다만 탄핵 정국 뒤 대선 과정에서 사장 정식 임명이 미뤄지면서 한전KPS는 사망 사고에 대한 사과만 내놨을 뿐 이렇다할 후속 대책 마련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허 내정자 선임 안건은 지난해 12월 초 열린 주주총회에서 가결됐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임명이 아직 이뤄지지 않으면서 절차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전KPS 사장은 산업부 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이재명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하다.
허 내정자가 1986년 한전KPS에 입사한 뒤 신고리1 사업소 기술실장, 한울2사업소장, 총무처장, 품질경영실장 등을 거친 내부 전문가 출신 인사인 데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인사 기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임명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전KPS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통화에서 “한전KPS는 사장 선임과 관련해서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