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내 타이어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가운데 넥센타이어만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부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도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국내 타이어 경쟁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넥센타이어만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회사 안팎에서 강 부회장의 경영 리더십에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특히 올해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 부품 25% 관세 부과 등 대외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 경쟁사들이 미국 현지 공장으로 관세 부담을 덜고 있는 데 비해 넥센타이어는 현지 생산설비가 없이 국내 생산해 전량 북미로 수출하고 있어 관세 영향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를 낳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금호타이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비해 넥센타이어만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8479억 원, 영업이익 1721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보다 매출은 5.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0% 줄었다.
지난해 타이어 3사 가운데 영업이익이 줄어든 곳은 넥센타이어가 유일하다. 2023년과 비교해 금호타이어 영업이익은 43.2%, 한국타이어 영업이익은 32.7% 증가했다.
넥센타이어의 수익성 악화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712억 원, 영업이익 407억 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 줄었다. 1분기에 영업이익이 감소한 곳도 넥센타이어가 유일했다.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와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구속 등 경쟁사들 악재로 넥센타이어가 ‘반사이익’을 누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반사이익은커녕 2분기부터 수익성 악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 경남 창녕군에 위치한 넥센타이어 공장 전경. <넥센타이어>
미국이 5월3일부터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 25%를 부과하면서 국내 타이어 3사의 관세비용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기준 국내 타이어 3사 전체 매출 가운데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안팎이다.
다만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미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은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연간 타이어 55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 1분기까지 생산라인을 증설해 연간 생산능력을 1200만 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연간 타이어 33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의 90% 정도는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등 물량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넥센타이어는 경쟁사들과 달리 미국에 공장이 없기 때문에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넥센타이어는 미국 동남부에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건설비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계획을 백지화하고 재검토 중이다. 미국 관세로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분간 현지 생산공장 건설 추진도 쉽지 않아 보인다.
강 부회장은 2009년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지만,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2016년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직에 재선임됐고, 2019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강 부회장은 1971년 생으로 창업주인
강병중 회장의 외아들이다.
경쟁사들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넥센타이어만 이익이 감소함에 따라 회사 안팎에서 강 부회장을 내세운 오너 경영체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강병중 회장이 아들의 회사 운영 성과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강 부회장으로서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실적에 대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