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경 신세계 회장(오른쪽)이 2025년 5월 이명희 신세계 총괄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 전체를 증여받으면서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왼쪽)과의 계열분리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을 마무리하게 됐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5월30일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지분(10.21%) 전체를 증여받았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신세계의 단독 최대주주로 등극했고 신세계 지분율은 기존 18.95%에서 29.15%로 늘어났다.
앞서 이 총괄회장은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 지분 10% 전량을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도한 바 있다.
이번 신세계 지분 증여로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지분 승계가 완료됨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정유경 체제로 전환과 계열분리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을 마무리하게 됐다.
앞으로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가 완전히 종료되려면 계열사의 상호 지분관계가 해소돼야 한다. 현재 이마트·신세계 두 부문의 지분관계가 남아 있는 계열사는 신세계의정부역사와 에스에스지닷컴이 있다.
이 중에서 신세계그룹 내 온라인 사업을 통합 운영해 온 에스에스지닷컴이 어느 쪽으로 갈지 주목된다. 에스에스지닷컴은 이마트가 45.58%, 신세계가 24.4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커머스 부문을
정용진 회장이 주도해 왔고 사업 연관성도 이마트 쪽이 더 큰 만큼 신세계 쪽에서 이마트 쪽으로 지분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신세계 브랜드의 향방
신세계그룹 계열분리와 관련해 더 크게 주목되는 부분은 ‘신세계’ 브랜드의 소유와 관련된 문제다.
현재 ‘신세계’ 상표권은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 쪽이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 브랜드가 백화점 사업과 더 밀접하기 때문에 브랜드 소유의 필요성도 신세계 쪽이 더 크다.
양쪽이 협상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마트 쪽은 경우에 따라 ‘신세계’ 브랜드를 포기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신세계’를 사명에 포함하고 있는 이마트 계열사들은 사명을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계열분리 후 신세계 브랜드 사용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신세계’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상징성이다.
즉 ‘신세계’라는 이름이 주는 역사성의 무게가 크기 때문에
정용진 회장 입장에서는 ‘적통’을 동생에게 내주었다는 마음이 잠재적으로 남을 수 있다.
‘적통’을 둘러싼 분쟁은 재계에서 여러 차례 발생했다. 대표적인 것이 2000년대 초반 현대그룹에서 일어난 이른바 ‘왕자의 난’이다.
‘왕자의 난’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5남인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다.
이때 패배했던
정몽구 명예회장은 2010년 그룹의 모체인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현대그룹에 승리하면서 상징적인 적통의 자리를 되찾게 된다.
삼성그룹 오너 2세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간의 상속재산 관련 소송도 결국 삼성그룹 후계자라는 정통성을 인정받으려는 두 사람의 욕망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에서 지분과 관련된 분쟁이나 사업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미 오랜 기간 계열분리를 준비해 왔고,
정용진·
정유경 남매가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경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세계’라는 이름이
정유경 회장에게 넘어가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에, 갈등의 소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 정용진·정유경 계열분리 과정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는 2011년 이마트를 별도법인으로 분리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통해 이마트 부문에는 마트·슈퍼·편의점·호텔·건설을, 신세계 부문에는 백화점·패션·아울렛·면세점을 두는 사업구조가 완성됐다.
2016년에는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각자 보유한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했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2020년 자신의 이마트·신세계 지분 8.22%씩을 두 자녀에게 증여해 두 사람을 각각 최대주주(각 18.56%)로 올려줬다.
이때 이 총괄회장의 지분은 각 10%만 남았다. 최근 이 총괄회장이
정유경 회장에게 지분을 증여할 때 지분율이 10.21%였던 것은 2월 자사주 소각으로 지분율 변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용진·
정유경 두 사람은 2024년 3월과 10월 각각 부회장과 총괄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정유경 회장의 경우 부회장을 건너뛰고 회장이 됐다.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회장의 승진 인사와 함께 계열분리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