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이 이사직 유지를 놓고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전 회장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1심에서 유죄를 받았는데 윤리경영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전인장, 삼양식품 2대주주 HDC산업개발에게 윤리경영 요구받아

▲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


18일 삼양식품 따르면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자격정지 정관 변경’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이 예상된다. 

이번 안건은 ‘이사 자격정지 정관 변경’과 관련한 것으로 배임이나 횡령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이사를 결원으로 처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양식품 2대주주인 HDC현대산업개발이 13일 주주제안으로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8년 9월30일 기준으로 삼양식품 지분 16.99%를 보유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하게 되면 전 회장과 아내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이 동시에 삼양식품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전 회장은 1월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김 사장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정기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전 회장과 김 사장까지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전 회장과 김 사장 부부는 2008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두 사람이 세운 페이퍼컴퍼니가 포장 상자 등을 납품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50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정관 변경을 놓고 표 대결이 벌어지더라도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삼양식품 정관 변경을 위해서는 전체 주주 1/3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2/3 이상의 주주 동의가 있어야 한다.

전 회장은 2018년 9월30일 기준으로 특수관계인 등 포함해 삼양식품 지분 47.7%를 쥐고 있어 정관변경에서는 방어를 하기 위한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간 것으로 회부될 가능성은 실제로 낮다”면서도 “이런 안건이 올라온 만큼 앞으로 투명한 경영활동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삼양식품의 2대주주로 2005년부터 전 회장의 백기사(우호지분)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번에 정관 변경 안건을 제안하면서 앞으로 주주행동을 강화하는 쪽으로 적극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 회장으로서 이번 주총을 통해 경영권을 무리없이 방어하더라도 윤리경영을 놓고 압박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번 정관 변경 주주제안은 사회적 분위기가 윤리경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주주로서 이런 의사를 개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회장과 김 사장의 임기는 각각 2021년 3월, 2020년 3월까지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대표이사 재선임과 관련한 것은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