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인공지능 관련 조직을 축소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이는 xAI와 합병을 염두에 두고 충분한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xAI 기업로고 및 일론 머스크 얼굴 모형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관련 조직을 해체한 것은 자율주행 학습을 비롯한 ‘두뇌’ 역할을 사실상 xAI에 맡기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가 테슬라 신사업에 필수 협력사로 자리잡도록 만들어 두 회사의 합병에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두고 있다는 관측도 제시된다.
증권사 모간스탠리가 “테슬라에 미국 정부효율부(DOGE)와 유사한 방식의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다”며 “이는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인베스팅닷컴이 12일 전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도조’ 담당 조직을 해체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어려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밝혔다.
자체 설계한 슈퍼컴퓨터용 인공지능 반도체를 차세대 자율주행 반도체 AI6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조직 체계에 변화를 주는 일이 불가피했다는 의미다.
AI6는 삼성전자가 2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기술로 생산을 담당하는 반도체다. 향후 테슬라의 인공지능 학습과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구동에 모두 활용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서로 다른 두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에 역량을 분산하는 일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이번 조직개편의 배경을 설명했다.
엔비디아 등 외부 협력사의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된 점도 테슬라가 슈퍼컴퓨터용 고사양 반도체를 직접 설계할 이유가 줄어든 배경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모간스탠리는 테슬라 조직개편이 결국 사실상 신기술 개발에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인공지능 학습의 중심축을 xAI로 옮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간스탠리는 “xAI는 X와 테슬라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두뇌를 개발하고 있다”며 “도조 개발조직 해체는 테슬라와 xAI 협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인공지능 추론과 로보틱스 등 영역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학습 관련한 기능은 모두 xAI에 이관해 기술 공유를 추진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경영하는 두 회사의 역할을 확실하게 분산해 중복되는 분야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증권사 웨드부시 연구원도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이번 조직개편은 테슬라와 xAI의 관계를 더 밀접하게 만든다”며 “곧 대규모 파트너십 또는 투자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배런스는 xAI가 테슬라에 필요한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적합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xAI 데이터센터 '콜로서스' 사진. |
xAI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해 운영하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X를 인수합병하며 몸집을 키웠고 챗봇 서비스 ‘그록’을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무인 로보택시와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주가도 대부분 이러한 신사업에 걸린 투자자들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인공지능 기술 역량을 테슬라가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데 힘쓰는 대신 외부 업체인 xAI에 의존을 높이는 쪽으로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일은 다소 이례적이다.
결국 최근 이뤄지고 있는 변화는 테슬라와 xAI의 합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는다.
상장사인 테슬라가 xAI와 합병하려면 주주들에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는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쉽지 않은 방식으로 꼽힌다.
그러나 테슬라가 xAI의 기술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체계가 만들어지면 두 회사의 합병에 당위성이 높아져 찬성표를 받는 일이 더 수월해질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와 배런스 등의 집계를 종합하면 일론 머스크는 현재 테슬라 지분 약 13%, xAI 지분 약 33%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자연히 테슬라에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
테슬라가 이르면 11월 초 주주총회에서 xAI와 합병 안건을 주주 표결에 부칠 가능성도 떠오른다. 일반적으로 매년 여름 개최하던 주총을 올해는 대폭 늦췄기 때문이다.
주주총회 전까지 테슬라가 조직개편에 속도를 내 xAI와 합병 필요성을 주주들에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변화를 이뤄낸다면 해당 시나리오는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테슬라 지분율을 지금보다 크게 높여야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더 주력할 수 있다는 점을 이전부터 꾸준히 강조해 왔다. xAI와 합병은 이를 위해서 현재 가장 효과적 선택지로 꼽힌다.
웨드부시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테슬라와 xAI의 모든 흐름은 결국 두 회사의 합병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