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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그 어느 때보다 주주환원 정책을 향한 기대감이 높았던 2분기, 실적발표 전면에 4대 금융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나섰다. 밸류업시대, 4대 금융이 앞다퉈 주주환원에 힘을 주면서 지주 CFO 역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가 4대 금융 CFO를 조명해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우리금융지주가 연말 목표치로 제시했던 보통주자본비율 12.5%를 조기 달성했다. 보통주자본비율 개선폭도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컸다.
상반기 보험사 인수와 증권업 확장 등에 따른 그룹 재무부담 확대 우려, 순이익 감소 등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우리금융지주 출범 때부터 그룹 살림을 이끌어온 이성욱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의 관록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우리금융지주는 2025년 상반기 재무지표로 동양생명·ABL생명 편입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 우려를 씻어내면서 주주환원 확대 기대를 키우고 있다.
▲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2025년 보통주자본비율 12.5%를 초과 달성하고 13% 목표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2분기 실적발표 뒤 보고서에서 “우리금융지주는 6월 말 보통주자본비율을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개선했다”며 “2025년 예상 주주환원율은 36~37% 수준으로 경쟁사와 격차가 크지만 보통주자본비율 13%를 달성한 뒤에는 적극적 주주환원 확대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 2분기 보통주자본비율은 보험사 편입에 따른 하락 추정분을 모두 상쇄한 수준”이라며 “추가 주주환원을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바라봤다.
우리금융지주는 2025년 6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이 12.76%를 보였다. 지난해 말(12.13%)과 비교해 0.63%포인트 상승했다.
물론 경쟁 금융지주들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3%대로 수치로는 여전히 우리금융이 가장 뒤처진다. 다만 같은 기간 KB금융(0.21%포인트) 신한금융(0.53%포인트) 하나금융(0.17%포인트) 등 4대 금융 가운데 개선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특히 우리금융이 인수합병 등 사업 확장을 위한 굵직한 투자들을 본격화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성과는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초에야 민영화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 짓고 한창 보험과 증권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가고 있는 단계다. 경쟁사들과 달리 종합금융사로 퍼즐 조각을 맞추기 위한 외형확장 작업이 현재진행형이다.
수익구조와 자본분배 전략 등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성장을 위한 투자와 주주환원 등 밸류업 정책의 균형을 맞추는 CFO의 역량이 중요했다는 뜻이다.
실제 이 CFO는 우량 자산 중심의 재구조화를 포함 전방위적 자본비율 개선 방안에 온힘을 쏟았다. 우리은행은 6월부터 자산건전성 관리 태스크포스도 운영하고 있고 성과평가도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중심으로 바꿨다.
다만 이 CFO는 여전히 밸류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하반기 보험사 인수 관련 회계반영 결과가 자본비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동양생명 순자산이 인수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크게 감소한 만큼 우리금융 보통주자본비율이 어느 정도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바라봤다.
우리금융이 4대 금융 가운데 최초로 도입한 감액배당도 변수가 생겼다.
감액배당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 잉여금이 아닌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배당하는 것으로 원래는 세금이 붙지 않았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 가운데 총주주환원율 등이 가장 낮은데 ‘비과세 배당’ 카드를 꺼내들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등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전날 정부가 감액배당에도 과세를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차별적 주주환원 정책의 효과가 퇴색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이밖에도 정부가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을 전면에 내걸고 기업금융 확대를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위험가중자산 관리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2024년 8월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먼저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성욱 CFO는 우리금융그룹의 재무 전문가로 확고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인물이다.
이 CFO는 대구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우리은행 입사한 뒤 우리은행 경영혁신단, 우리금융지주 전략기획본부 등을 거쳐 2011년부터 은행과 지주 재무부문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우리은행 재무기획부장과 미래전략단 본부장을 역임하고 2019년 우리금융지주가 다시 설립된 뒤에는 쭉 지주 재무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2020년 12월 우리금융 CFO에 선임됐고 2023년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뒤에도 CFO 자리를 지키면서 그룹 안팎으로 존재감을 더욱 키웠다.
임 회장은 부임 뒤 지주 임원을 기존 11명에서 7명으로 줄이고 그 가운데 6명을 교체했다.
이 CFO는 당시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고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와 증권사 재출범, 밸류업 전략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계속 연임에 성공하면서 임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입증하고 있다.
4대 금융 CFO 가운데서도 최고참이다. 이 CFO는 1965년생으로 박종무 하나금융 CFO(1967생) 천상영 신한금융 CFO(1969년생) 나상록 KB금융 CFO(1972년생)보다 연장자고 CFO 재직 기간도 가장 길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해 8월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먼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하면서 밸류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임 회장은 그룹 자본 활용계획과 인수합병 전략, 새롭게 출범한 우리투자증권 성장 로드맵과 더불어 다른 지주들과 마찬가지로 보통주자본비율에 연계한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다.
2025년까지 보통주자본비율 12.5%를 달성하고 13%를 초과하면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CFO는 2분기 실적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 “2025년을 자본비율 개선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연말까지 보통주자본비율 12.5% 목표를 안정적으로 초과 달성하고 시장의 기대치인 13% 도달에도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