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이 해외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이 해외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도 거점을 확보하면서, 그룹 내 경영승계 구도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행보로 풀이된다.
31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각)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며 북미 자본시장까지 사업 확장을 본격화한다.
이는 국내 보험사가 미국 증권사를 인수 완료한 첫 사례로 보험 중심 포트폴리오를 넘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의미를 지닌다.
벨로시티는 미국 뉴욕을 거점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약 12억 달러(약 1조6700억 원)를 보유해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안정적인 자산 규모와 지역 기반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이번 벨로시티 인수는 김 사장에게 경영 전략 차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한화금융그룹 계열사인 한화자산운용 미주법인, 한화인공지능(AI)센터(HAC) 등과 협업해 미국 현지에서 금융과 기술이 결합된 사업 시너지를 낼 기반을 다졌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 시장의 중심인 미국 시장에서 거점을 확보한 것은 이후 다른 국가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유리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생명은 “미주에서는 플랫폼 기반 투자 기능을 고도화하며 전략적 거점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디지털 기술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결합해 전 세계 고객에게 종합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금융 계열사인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등은 지난해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화AI센터를 열며 현지에서 활발한 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은 “한화AI센터는 미래 경제 및 금융서비스와 관련한 청사진을 그리겠다는 비전을 담은 곳이다”며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에서 현지 네트워크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앞서 인도네시아에서 국내 보험사 최초로 해외 은행업에 직접 진출하기도 했다.
한화생명은 1일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인수를 완료하며 지분 약 40%를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화금융그룹 계열사 전체로 봤을 때 인도네시아 현지서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 종합금융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김 사장은 한화생명에서 ‘최고글로벌책임자’라는 직함을 가진 만큼 해외사업 성과가 필요했다고 파악된다.
또 올해 들어 한화그룹 내부적으로 지분증여 등 ‘경영승계’에 속도가 붙은 점에서도 김 사장이 경영 역량을 증명해야 했을 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3월31일 기존 보유하던 한화 지분 절반을 아들 3명(
김동관 한화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에게 각각 증여한다고 발표했다.
그 뒤 재계 안팎에서는 한화그룹 ‘오너 3세 경영’ 체제가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6월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한화그룹으로 옮겨간다는 인사발표가 나며 한화생명이 새로운 대표이사 체제를 맞이한다는 것을 놓고 그룹이 김 사장에게 암묵적인 성과를 요구했다고 바라본다.
▲ 한화생명은 8월 주주총회 등 절차가 완료되면 새 각자대표이사 체제라는 전환점을 맞는다. |
한화그룹은 한화생명 신임 각자대표이사에
권혁웅 전 한화오션 부회장과 이경근 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사장을 내정했다. 8월 주주총회 등을 거치면 한화생명은 새로운 대표이사 체제를 본격화한다.
이 가운데 권 내정자는 카이스트 박사 출신으로 한화오션에서 근무하며 기술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만큼 김 사장이 중점으로 추진하는 해외사업과 디지털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화그룹은 인사를 발표하며 “(권 신임대표가) 인공지능(AI)시대를 맞아 한화생명의 사업 다각화와 지속성장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14년 한화L&C 입사로 그룹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2015년 12월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전사혁신실 부실장을 지낸 뒤 상무와 전무, 부사장을 역임했다.
2023년 2월 최고글로벌책임자에 오르며 사장으로 승진한 뒤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