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2년 연속 ‘리딩뱅크’ 수성을 노린다. 다만 올해 경쟁 환경은 결코 만만치 않다.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신한은행이 상반기 순이익 1위를 차지했으나 경쟁 은행인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거센 추격 속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올해 더욱 치열한 리딩뱅크 경쟁을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 |
28일 은행업계 따르면 올해 리딩뱅크 경쟁구도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현재는 신한은행이 승기를 잡고 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순이익(지배주주 기준) 2조2668억 원을 거뒀다.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다만 경쟁자들의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한은행이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순이익 1위는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2분기 순이익 1조1612억 원을 냈다. 신한은행보다 225억 원 많다.
하나은행은 빠른 속도로 신한은행을 뒤쫓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한 올해 상반기 순이익 성장률은 하나은행이 19.1%를 나타냈다. 신한은행 10.4%보다 8.7%포인트 높다.
KB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순이익을 45.3% 늘렸으나 이는 지난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보상 비용을 대규모로 반영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
3개 은행의 순이익 격차도 크지 않다. 누구든지 1위를 넘볼 만 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상반기 순이익을 보면 신한은행 2조2668억 원, KB국민은행 2조1876억 원, 하나은행 2조851억 원이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차이는 792억 원, 하나은행과의 차이는 1817억 원이다.
은행들이 한 분기에 1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기도 하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즉 남은 두 분기를 거치면서 순위가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셈이다.
현재 리딩뱅크를 지키고 있는 신한은행이 연말에는 3위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2년 연속 리딩뱅크를 향하고 있는
정상혁 신한은행장에게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정 행장은 지난해 신한은행을 리딩뱅크 자리에 올려놨다. 6년 만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되찾은 것이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정 행장은 지난해 말 연임에도 성공했다.
신한금융지주는 당시 “(정 행장이) 견조한 자산성장과 비이자이익 증대, 글로벌 성장 등 우수한 경영성과를 시현했다”며 “안정적 건전성 관리와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도로 다양한 혁신을 주도하고 조직을 쇄신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첫 임기 2년 뒤 1년 단위로 임기를 연장하는 ‘2+1년’ 관행을 깨고, 정 행장은 2년의 추가 임기를 받았다. 그만큼 지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은 것이다.
▲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2일 경기 용인 블루캠퍼스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영업방식의 변화'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한은행> |
이런 가운데 올해는 지주 차원에서 신한은행의 리딩뱅크 의미가 더욱 커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10년 동안 업계 1위를 지켜온 신한카드가 흔들리는 가운데 신한은행이 그룹 내 유일한 업계 1위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한은행의 성과는 신한금융의 '리딩금융' 경쟁에도 핵심적 요소로 작용한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3조 원대 순이익을 내며 KB금융을 쫓아가고 있다. 신한은행의 하반기 뒷심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정 행장이 치열한 경쟁 환경에도 리딩뱅크 수성에 성공한다면 그룹 내에서 입지도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 행장은 하반기 고객 중심 경영으로 신한은행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그는 2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새로운 기술의 금융업 침투가 빨라지고 고객유치 경쟁이 심화하는 경영환경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실행해야 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출발점을 고객으로 삼고 경계를 넘는 협업으로 고객 삶의 가치를 높이는데 힘쓰자”고 덧붙였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