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파생상품 자체 야간거래로 글로벌 경제 이벤트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투자자의 거래 편의성 향상과 비용절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한국거래소는 유럽 파생상품거래소인 Eurex와 연계해 야간 거래를 운영했다.
이번 출범에 앞선 5일 기존 Eurex 연계 야간 파생거래는 종료됐다.
Eurex 연계 거래는 정규 거래와 다른 별도 해외 파생거래 계좌개설을 요구했었는데, 한국거래소의 자체 운영에 따라 이런 불편이 사라졌다.
아울러 Eurex보다 거래 수수료가 1/3 수준으로 저렴해졌고, 기존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였던 거래시간도 1시간 늘어나 오전 6시까지로 확대됐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리적 거래시간이 확대되고 야간 해외 증시 관련 실시간 국내 포트폴리오 헤지, 주간 거래 사전포석 확보가 용이해진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시장 가격 발견 기능 제고와 외국인 수급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 증시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200 지수의 글로벌 증시 연계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시장 연계성이 커지면 그 중요도 역시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 지수 속 4등 국가로 전락한 한국 증시가 재도약의 실마리를 야간 파생시장 활성화 여부에서 찾는 이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MSCI지수는 모건 스탠리의 자회사인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에서 만든 주가 지수로, 세계 최초로 개발된 국제 벤치마크다.
현재 한국 증시는 신흥국지수에 편입돼 있다.
한국이 선진국지수에 포함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더 많이 투자하게 돼, 국내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가 MSCI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국내 증권시장에 75조원이 유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5월1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사무소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 이사장은 지난달 런던 해외사무소 개소 등 해외 마케팅을 늘리며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자본시장 개혁 정책과 MSCI 지수 편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정 이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정 이사장이 전날 환영사에서 “(야간 파생시장 개설에 따른) 해외 투자 수요의 국내 유입과 시장 활성화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배출권선물·코스닥150위클리옵션 상장 등 파생상품시장 고도화와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등 자본시장 중점 과제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한 점에서도 자본시장 선진화를 향한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대체거래소 출범에 따른 한국거래소의 수수료수익 감소를 메우는 측면에서도 필요한 조치였다고 평가한다.
넥스트레이드가 3월 출범한 뒤 낮은 수수료율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왔기에, 자연스레 한국거래소의 수수료수익이 줄어들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10일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통계를 살펴보면 9일 거래대금 기준 넥스트레이드의 정규시장 점유율은 30.67%에 달했다.
정 이사장은 올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대체거래소와의) 시장 분담으로 한국거래소의 수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국거래소는 미래 사업을 발굴하고 위탁매매 중개수수료 모델을 더 다양화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