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 수주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기준 국내 건설사의 올해 해외 수주액은 116억2247만 달러(약 15조7914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36억3695만 달러, 약 18조5285억 원)보다 14.7% 감소했다.
국내 건설사의 최대 시장인 중동지역 수주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중동지역 1~5월 누적 수주액은 56억4174만 달러(약 7조6682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99억8079만 달러, 약 13조5658억 원) 대비 43.4% 급감했다. 전체 수주에서 차지하는 중동지역 비중도 48.5%로 지난해 5월(73.2%) 수준보다 크게 떨어졌다.
주요 시장에서 수주 감소에 국내 건설업계가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해외 건설 수주 기록 흐름을 올해는 이어가기 힘든 상황에 놓인 것이다.
더욱이 유가 하락에 산유국으로 이뤄진 중동 시장 발주가 앞으로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제유가는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해 8월만 해도 80달러선을 넘봤지만 올해 들어서는 한때 60달러 밑으로 내려갈 정도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도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유가는 산유국의 감산 조치 점진적 해제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산 확대 등에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하락시 산유국, 특히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재정여건이 악화돼 해외건설공사 발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E&A도 그동안 다른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중동지역을 핵심 시장으로 삼은 만큼 유가 하락에 따른 악영향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삼성E&A의 3월말 수주잔고 21조3552억 원 가운데 중동 및 북아프리카지역(MENA) 비중은 58%에 이른다.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은 이 같은 석유기반 화공 플랜트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잰걸음을 걷는 모양새다.
신사업 ‘에너지전환’ 핵심 분야로는 지속가능항공유(SAF)와 수소 등이 꼽힌다. 모두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만큼 그동안 갖춘 플랜트 역량을 토대로 앞으로 관련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삼성E&A가 참여하는 SAF 얼라이언스. <하니웰>
SAF는 석유가 아닌 식물과 농업폐기물 등 바이오매스 같은 재생가능한 원료에서 만들어진 친환경 항공 연료로 전세계 항공업계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해 도입을 늘리고 있다.
삼성E&A는 최근 미국 하니웰(Honeywell)과 영국 존슨 매티(Johnson Matthey), 네덜란드 히다라 에너지(GIDARA Energy) 등과 지속가능항공유(SAF) 관련 동맹을 맺었다.
하니웰이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동맹은 각 사의 역량을 결합해 SAF 시장에 대응하는 것을 중점으로 둔다. 삼성E&A는 이 가운데 지속가능 항공유 생산을 위한 EPC(설계·조달·시공) 및 프로젝트 실행 관리 부문 역량을 제공한다.
남궁 사장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SAF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혁신만으로는 부족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공급업체와 강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지속가능한 항공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견고하고 확장 가능한 SAF 가치사슬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삼성E&A는 올해 초 말레이시아에서 1조4천억 원 규모 플랜트 계약을 맺고 SAF 시장에 진출한뒤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와 관련해서는 지난 3월 지분을 투자한 노르웨이 넬(Nel)과 협업해 수소플랜트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그린수소 솔루션을 내놓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 수소 서밋’에서 공개된 삼성E&A와 넬이 개발한 ‘컴퍼스H2(CompassH2)’는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 건설의 사전 타당성 조사부터 EPC(설계·조달·시공) 및 품질 보증까지 모든 단계를 제공한다.
남궁 사장은 자신의 링크드인에 “지분투자 및 파트너십 계약을 토대로 빠른 시일에 성공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놔 기쁘다”며 “기후 위기와 같은 전세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E&A의 여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적었다.
증권가에서도 이 같은 삼성E&A의 노력을 두고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EPC 기업이 전통적 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사업 모델 전환을 준비하는 것은 필연적이다”며 “삼성E&A 보유 수주풀이 국가 주도 에너지 안보가 강조되는 가스와 에너지 전환 관련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하락에 따른 발주 감소 가능성은 제한적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