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안철수 단일화에 정치생명 달려, 투표용지 인쇄일까지 '험난'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16일 서울 영등포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TV 토론회를 시작하기 전에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단일화를 놓고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양쪽이 투표용지 인쇄일까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교착국면이 계속되면서 단일화 효과가 줄어들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18일 오후 양측 실무협상단은 두 후보가 각자 후보등록을 마친 뒤 단일화 협상을 이어가기로 결론을 냈다.

이날 단일화 협상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오전에 협상 결렬이 발표됐으나 안 후보가 낮 12시15분께에 ‘긴급 입장’을 통해 “오 후보가 18일 아침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안 후보의 긴급입장이 발표된 지 30분 만에 “환영한다”며 “국민의 단일화 염원에 부응하고 단일후보 등록 약속이 지켜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입장문을 냈다.

두 후보가 공개적으로 내놓은 발언에 따라 양측 실무협상단은 오후에 다시 협상을 시작했으나 다시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후보등록마감 전 단일화'는 끝내 무산됐다.

두 후보 모두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정치생명이 걸려 있는 만큼 단일화의 승패와 직결된 사안은 '통큰 양보'를 내놓기 힘들어 보인다.

실제 이날 단일화 협상 결렬의 주된 이유도 단일화 여론조사의 유선전화 비율이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유선전화를 10%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당에서는 무선전화로만 여론조사를 진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유선전화 10%'가 사소해 보이지만 양쪽 후보들에게는 이 대목이 승부를 가를 수도 있다고 본다. 

정치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유선전화 방식의 조사는 보수 성향의 노년층, 무선전화 방식은 중도 혹은 진보성향 젊은층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것으로 본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승패가 갈릴 여지가 있어 양측이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단일화를 포기하는 일은 더더욱 쉽지 않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와 안 후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이 3자대결이 벌어져도 오 후보가 박 후보에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야권에서는 3자대결은 패배라는 인식이 강하다.

오 후보 역시 15일 “3자 대결을 하면 필패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단일화 논의에 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단일화가 최종적으로 무산된다면 협상 결렬에 책임이 있는 쪽을 향해서는 거센 후폭풍이 불 가능성도 크다.

양측은 투표용지 인쇄일인 29일 전까지 단일화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이미 후보등록이라는 일차적 단일화 마감시한을 넘기게 된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단일화를 통한 지지층 결집효과는 약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 사이에서 계속해서 불거지는 감정 싸움은 단일화 자체의 성사는 물론 단일화가 성공한다 해도 양측의 화학적 결합에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로의 눈을 찌르고 얼굴을 할퀴고 간 포연이 자욱한 연기 속의 단일화 효과는 없다”며 “이미 화학적 결합은 물건너갔고 어찌어찌 단일화가 되더라도 승자는 패자에 대한 왕따 본능으로, 패자는 승자에 대한 적대감으로 치를 떨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은 야권에서도 나온다.

김무성 전 의원은 18일 양측의 협상 결렬이 전해진 뒤 이재오 전 의원 등과 공동으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일 이후의 단일화 협상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두 야권 구성원들은 후보 단일화에 방해되는 어떤 상호비방과 인신공격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